(폄)
盧탓, 北탓? 조선이나 한겨레나 '남의 다리 긁기'
미국 책임론 회피하는 언론들...'개혁'진영도 마찬가지
북한이 9일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면서 나라 안팎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그 와중에 진보, 보수를 막론한 절대다수 언론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전쟁위기' 등을 거론하는 등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핵실험의 책임소재를 놓고 생뚱맞은 책임전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북퍼주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거나 '북한의 불장난' 식의 접근이 그렇다.
대북퍼주기가 북핵실험 불렀다?
핵실험을 놓고 벌어지는 책임공방에서 첫번째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류의 수구세력들이 주장하는 노무현정부 책임론. 즉, 국민의정부시절부터 참여정부까지 계속돼온 대북 포용정책이 북의 핵실험을 지원한 꼴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10일 자 사설 '대한민국 지키는 대결단을'에선 이런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한민국은 북핵 앞에 벌거벗은 무력한 처지"라면서 "이 정권이 지난 3년 반 동안 줄기차게 흔들고 외쳐댄 자주의 깃발과 ‘우리 민족끼리’ 구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북한정권의 본질에 무지했거나 ‘자주라는 이데올로기’에 가려 헛것을 본 것"이라면서 "그 결과 7000만 민족 전체의 생사를 핵의 골짜기로 밀어넣어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한 "햇볕…포용…남한 위정자들이 북한 핵재앙 불렀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이 부른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을 제공한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른바 '대북 퍼주기'가 북핵실험을 불렀다는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어온 대북포용정책은 이미 남북관계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특히, 6.15공동선언 이전과 이후의 국민들의 인식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데 이는 누구나 인정을 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북 포용정책이 핵실험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지에 대해서 아무도 자신있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심증은 있을 지 몰라도 물증은 없다. 다만, '북=악'이라는 전제와 '노무현=친북'이라는 도식만 있을 뿐이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봐도 이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지는 금방 드러난다. 북이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은 짧게 봐도 15년이 넘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한 것은 불과 8년도 채 안됐다. 게다가 대북지원액도 핵개발에 보탬이 될 정도로 큰 액수가 아니며, 대부분 인적교류라든가 쌀, 비료 지원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한정됐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말 그대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핵실험은 북의 오판?
두번째는 핵실험 당사자인 북에 책임을 묻는 북한 책임론이다. 북이 화를 자초했다는 식의 주장이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인 태도가 딱 이짝이다. 노대통령은 9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핵실험 실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 사태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북의 핵실험을 맹비난했다.
특히, 노대통령은 북의 핵실험이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나아가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수도 있는 대단히 위험한 불장난을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대통령의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다수 개혁성향의 언론이나 단체들도 이런 입장에 기초해 북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한겨레>는 10일자 사설 "북한의 핵실험 오판"을 통해 "이번 핵실험은 지난해 9·19 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도 위배된다"면서 "북한은 도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핵실험을 택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심각한 판단력 결함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의 오판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북한의 핵 실험은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면서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6·15 공동선언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 책임론도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같은 북한 책임론의 밑바닥에는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라는 대전제가 강하게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이미 현실에서 벌어진 핵보유라든가 핵실험에 대해 비난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핵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어떤 성격을 갖는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
책임소재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북의 핵실험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디에 있을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이 핵실험을 진행한 원인에 대해 미국의 대북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즉, 현재 조성된 위기는 북의 도발이 아닌 미국의 도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작년 9.19 공동성명의 조항들을 뜯어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 각국의 관심사항은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북도 핵실험 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의식해서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당신들을 향한 것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핵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의 '자위적 전쟁억제력'이라고 내내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핵물질의 이전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실험을 한 것도 미국이 자초한 것이다. 계속되는 미국의 전쟁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었다는 말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세르비아 공격이나 이라크 공격 등에서 얻은 교훈이 결국은 핵을 보유해야만 미국이 침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 확실한 관계정상화를 이뤄주지 않는다면, 당장 (제재 등으로) 어렵더라도 핵무기를 보유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은 주변국에 대한 위협이라기 보다 북한 정권과 체제 방어용 측면"이라고 분석했다.
북은 핵실험을 했을 경우 예상되는 주변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이미 각오를 하고 핵실험을 한 것이다. 이것이 노대통령이 말하는 '불장난' 수준의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 션딩리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북의 핵실험 여부는 북의 이익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핵무기 보유국가에 대해 군사력을 발동하지 못했다는 핵무기 탄생 이후의 국제관계에서 북이 교훈을 얻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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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