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파를 뛰어넘어, 연맹을 조합원에게 ! ”
연맹 4기 선거에 대한 제안
98년, 우리 금속노동자들은 모든 차이와 분열을 넘어 금속노동자
대단결의 기치를 들고 하나로 뭉쳤다. 이는 19만 조합원을 가진
최대산별연맹의 탄생이자 전태일 정신과 87년 대투쟁으로 시작된
민주노조운동의 열렬한 염원을 실천하는 힘찬 출발이었으며 구조조정
시대에 맞서 강력한 횃불을 밝히는 쾌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험난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결연한 대규모 투쟁들, 한진, 세원,
현중 비정규직노조 등 열사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도 불구하고 “혼돈과
좌절의 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19만 조합원이 14만의 조합원으로 줄어든 양적후퇴는 물론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본의 국제적 이동, 비정규직 무노조 공장의 급증 등
고도성장이 종료된 유연생산시대를 해쳐나갈 확고한 전망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내부의 상황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벽은 아직 높고 금속노조와 기업단위노조
사이는 멀어지고 간부와 활동가들은 각 계파로 분리된 3중분열의 상태에
이르렀다. 고임금론을 비롯하여 대공장노조에 대한 사회적 공격은 날로
강화되는데 현장조합원과 단위노조는 연맹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내외적
2중 고립의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노조 내 권력투쟁은
당권투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당권투쟁은 거꾸로 현장 줄 세우기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는다. 상층에서는 권력유지와 강화를
위해 ‘줄 세우기’를 하고 현장의 간부들은 권력에 접근하기 위하여
‘줄 세우기’에 참여한다. 문제는 위기를 넘어설 대책 없이 오히려
악화시키는 ‘왜곡된 권력경쟁’ 하나만 남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달라져 있다. 고도성장의 시대가 아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시대에 낡은 주장과 질서들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 일부 상층의 권력독점 결과가 바로 지금의
심각한 상황이다. 권력독점은 파벌경쟁을 강화하여 왔다. 대중적 전망을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계파사이의 주관적 판단과 상호비난을 확대하는 줄
세우기가 지속되는 한 연맹은 한발도 전진할 수 없다.
계파연합에 의한 ‘통합지도부’ 건설 또한 조직을 강화하고 전망을
확보 하기는 커녕 갈등을 강화하는 권력담합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복되어온 계파사이의 경쟁과 권력담합을 버리고 대중적 의지를
모아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4년간 지속된 산별전환총회를 통한 조직형태 전환은 중대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현대중공업의 제명에 이르게 된 대공장의 우경화
경향에 대한 방치, 비정규직 동지들의 힘겨운 투쟁에서 연맹의 역할에
대한 불신, 잦은 자본이동 때문에 생긴 상시고용불안을 넘어설 구체적
해결책을 만드는 일은 사실상 유보되어 왔다. 또 다시 조직형태전환만을
추구하는 것은 연맹을 더욱 더 치명적인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 갈
것이다.
금속노동자들은 새 흐름을 원한다.
연맹 4기 지도부는 이제 “정체와 혼돈의 시대”를 넘어설 기초를
만들어야 할 중대한 역사적 책무를 떠안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드러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비책은 없다. 산별조직형태전환을
단기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희망에 앞서 우리조직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현장조직력의 약화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활동가
사이의 왜곡된 권력경쟁에 이르는 치명적 분열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주장도 결코 신뢰받지 못한다. 이제 우리 스스로의 문제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대혁신의 결단과 실천 없이
한발도 전진할 수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며 전국의 수많은 간부와 활동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낡은 구조에 갇혀 그것을 전면에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이제 낡은 껍질을 벗어야 한다. 환부를 드러내고, 당면문제에
유보 없이 직접 파고들고, 계파를 떠나 모든 지혜를 모아 위기를 돌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전국의 동지들께 제안한다.
첫째, 우리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을 통해 연맹을 다시 세우자.
연맹의 지도부를 독점해온 일부 상층그룹의 권력 독점과 그 폐해에 대한
책임, 간부와 활동가들의 왜곡된 줄세우기 경쟁을 겸허히 반성하자.
산별노조든 투쟁이든 그 어떤 것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원인을 찾아
드러내고 환부를 잘라내는 혁신의 길에 함께 하자.
둘째, 계파를 중심으로 한 줄세우기를 버리고 단결하자.
이제 낡은 계파의 틀을 넘어 공동목표를 중심으로 뭉치자. 대중조직은
각 계파의 견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전 현직 간부들의
지혜를 모아 나갈 수 있는 공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래로 부터의 횡적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셋째, 과제를 유보하거나 우회하지 말자.
“ 산별노조가 되어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 된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유보하거나 우회하는 것은 이제 바보 같은 얘기다. 그것은 유보될 문제가
아니라 당장 실천과제다. “대공장이 실리화 되고 있다” 대체 몇 년간
반복된 얘기인가? 실리화 원인분석과 처방이 당장 필요하다. 해외투자는
지금도 거침없이 추진된다. 중소사업장은 하릴없이 공장폐쇄에 무너진다.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은 끝을 모르고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파견법
개악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상적 준비 없이 정권과 자본이 ‘개악’하면
우린 반사적으로 대응하고 총파업을 조직한다. 이런 방식으로 승리할 수
없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상시적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넷째, 내용을 중심으로 무너진 질서를 새롭게 세워 조직발전으로
나가자.
산별조직형태전환 노력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현장상태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하면서 더 높은 조직체계를 세우자는 것은
모래위에 성을 쌓자는 것이거나 혹은 불가능한 공약일 뿐이다.
안으로는 혁신을 통해 현장의 조직력을 다시 세워내야 한다. 금속노조와
단위노조의 장벽을 넘어 상시적 고용불안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산업적
요구를 새롭게 세워 단결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계획을 세워야 한다. 밖으로는 날로 커가는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추진함으로서 노동조합의 지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
내용을 중심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사업체계를 세우는 길만이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를 넘어 금속노동자의 대단결과 산별노조의 완성에
이를 수 있다. 내용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 어떤 방안이든 다수가
동의하는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산별노조를 완성해야 한다.
다섯째, ‘새 흐름’을 만들어갈 4기 지도부를 새로운 방식으로 세워
나가자.
위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이 계파를 뛰어넘어 모이자. 이를 통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4기 지도부를 적극 추대하자. 4기 지도부 선거는
늘 반복되는 선거중의 하나가 아니다. 만약 구태를 반복한다면
금속연맹은 회복불능의 치명적 상태로 빠질 것이다. 과연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가 바로 지금이다.
동의하는 모든 전국의 동지들에게 11월 28일(일) 오후 2시
민주노총대전본부(1층 대회의실) 에서 모여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2004년 11월 18일
“ 계파를 뛰어넘어, 연맹을 조합원에게 ! ”
금속운동의 새 흐름을 만드는 선거제안자 모임
(제안자 연락책임자 : 하상수 / 연락처 016-465-8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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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금속연맹 4기 선거를 위한 공개 제안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