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잘지내고 계시죠? 동지들 덕분에 저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토론하고, 회의하고, 투쟁하고, 때로는 쓴소주나눴던 그 순간순간들이 더욱 그립고 값지게 느껴집니다.
오늘따라 여러동지들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황상진지회장과 제가 집은 커녕 천막농성장조차도 가지 못하는 '도망자'(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도망다니는 헤리슨포드의 영화제목입니다. 저와 비슷한 신세죠!) 신세가 된지도 벌써 열흘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현호헌 위원장에 비하면 짧은 시간입니다만....
평상시에는 한달이 하루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요즘에는 1시간이 하루같습니다. 군대 이등병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제대를 몇일앞둔 말년병장의 마음같습니다. 하하하~
경찰에서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죄명이 아마도 '업무방해'와 '폭력' '특수공무집행방해'등 이라지요?
노동탄압을 밥먹듯이 하는 회사는 머리털하나 건들지 못하면서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업무방해죄'로 옭아메어 손발을 잘라놓는 자본!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조합원들을 전투경찰과 용역경비로 막아세우며 유혈사태를 유발시켜 '폭력'과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무시무시한 죄를 덮어씌우는 경찰과 검찰 모든 권력!
뺵도 없고 돈도없는 오로지 몸뚱아리 밖에 없는 노동자로 태어난 댓가랍니다.
에바라 조합원들은 오랜시간 토론했다지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든 결정을 내린 조합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편하게 지내는 저희들은 조합원들의 마음고생 몸고생이 항상 미안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저희들이 잡히지 않고(이렇게 이야기하니 마치 저희들이 죄지은 사람같습니다!)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일이 조합원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일중에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활동가들에게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정세들을 진단하고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아야할 자료와 책들을 읽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저는 자기단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우리에게만 불리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개꼬장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가의 돈줄, 권력줄보다야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의 심줄이 더욱 강한법이지요. 노동자의 연대의 힘이 더욱 크지요! 물론 시련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지난 노동자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동지들!
힘을 냅시다. 자본의 마지막 발악,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노동조합사무실에서 동지들과 두런두런 앉아 지난날의 무용담을 나누며 환하게 웃을 그날을 그려봅시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노래한곡 들려드리죠!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동지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황상진동지와 저도 동지들 못지않게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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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수
에바라 수배자들의 편지 - 우리는 승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