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 '넉살좋은' 후보-열성노동자가 만들어가는 승전보
[총선현장]스스로 '전략 지역' 평택 선본의 하루
김용한 민주노동당 평택을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 도박꾼'이 '패' 돌리는 모습이 연상 됐다면 '실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넉살 좋게 말을 건네면서 한 움큼 들고 있는 명함을 한 장씩 빼서 건네는 김 후보의 모습은 너무 능숙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은 한사람도 빠짐 없이 인사를 하고, 명함을 받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민주노동당은 12번, 김용한은 5번입니다"라고 한마디 더 건넨다.
"옷 색깔때문에 열린우리당인줄 알고 노인들한테 자주 혼나"
조금 이른 오전 김용한 후보는 군문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현장분회장인 김득중 당원만 대동한 '단촐한' 유세단은 단지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명함을 돌리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직 선거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선거법이 선거운동 방법을 너무 묶어 두고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잠시 기자와 말을 나누던 중에도 주민들이 눈에 보이면 바로 가서 명함을 건네고, 인사를 건넨다.
김용한 후보의 목 상태가 그리 좋지 않게 보였다. 아직은 '카랑카랑'해서 듣기 거북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무리하면 목이 잠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됐다.
투표일 열흘 전, 아직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후보도 "목이 가장 문제"라고 걱정을 하고 있었다. 4인 이상 함께 다니는 것도, 후보자 이외에는 명함을 건네는 것도 막고 있는 현행 선거법은 후보의 목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었다.
잠시 뒤 평택 버스터미널 앞, 주황색 잠바를 입고 있는 것이 영 마음에 언짢은지, 할머니 한 분이 명함을 받지 않는다. "이걸 왜 날 줘"라고 투명스레 말하는 할머니에게, 김 후보가 "우린 열린우리당이 아니고 민주노동당이에요"라고 말하자 다시 명함을 받아 든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대, 70대는 투표하지 말라'고 한 말이 노인들한테 상처가 많이 됐던 모양이에요. 주황색과 노란색이 비슷해서 그런지 노인들이 가끔 투명스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5명만 모여 있으면 즉석해서 연설을 한다. "정치가 썩은 이유가 서민들이 국회에 없어서 그런 겁니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들이 돈 만원씩 걷어서 만든 당입니다. 우리가 들어가서 바꾸겠습니다."
가끔씩 시민 박수를 쳐주는 경우가 있으면 "박수를 치려면 확실히 쳐 달라"면서 넉살 좋게 분위기를 잡는다. "왜 당은 12번이고, 김용한은 5번이냐"는 질문에, "김용한은 잘생겨서 5번, 민주노동당은 일년 12달 12번"이라고 노래를 부르듯 대답한다. 정말 넉살 좋은 후보라는 생각이 절로 듣다.
"지역 도농 연대가 표심으로 나타난다"
경기도 남쪽의 평택은 작은 도시다. 한눈에 보이는 작은 시내에 촌로들과 젊은 사람들 지나다니는 도농 도시다. 하지만 평택은 도시 크기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몇 년을 끌어오다 얼마 전 해결을 본 에바다 사태를 비롯해, 지역 내 가장 큰 사업장인 쌍용자동차 해외 매각 투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과 문제들을 안고 있다. 여기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로 평택이 결정된 것은 지역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평택지구당과 김용한 후보는 지역의 산적한 '모든 싸움'에 연대 해 왔다. 팽성, 현덕, 청북, 고덕, 안중, 비전동, 세교동, 서탄면, 진위면 등에서 벌어진 지역 민원싸움 중 지구당이 연대하지 않은 싸움은 없다.
지역의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 만도 등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 조합원들과 오랜 민원 싸움의 '동지'들은 이번 4·15 총선의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원들이다. 특히 미군기지 이전싸움을 함께 하고 있는 팽성 지역의 경우는 "무난히 득표율 1들을 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3명의 상근 인력을 선본에 파견 보냈고, 조합원들이 번갈아 휴가를 내면서 하루 평균 20명 이상이 선거운동에 결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만도의 경우도 상근 인력을 선본에 파견하고,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선거운동을 도맡아 하는 등 선거에 적극 결합하고 있다.
김용한 후보도 현장 조합원들의 교육시간 등을 이용해 대부분 인사를 했고, 현장 라인 방문까지 마친 상태다. "혹 제가 조합원을 길거리에서 못 알아보면 조합원들이 섭섭해 할 만큼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확실하다"는 김용한 후보의 말처럼, 노동자들과 민주노동당은 지척 거리에서 교류하고 있다.
"바쁘지만 힘든 줄 모른다"
한참 거리 표심을 잡던 김 후보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선본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않아 있다. 5시 지역 방송의 TV 광고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오전 내내 후보와 거리를 누비다가 잠시 한숨 돌린 기자도 선본 식구들과 인사를 했다. 선본 사무실에는 지역 노동자들과 상근 활동가 10여명이 북적북적 일을 하고 있다.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오경아 당원은 막 두돌이 지난 아이의 엄마다. 아침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아이를 놀이방에 맡겨 두고 선본 회계를 도맡아 하고 있는 오 당원. "선거 회계가 복잡해서 하루 종일 서류만 들어다 보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가 뜨고 있는 만큼 힘들 줄 모르고 일하고 있다"면서 웃는다.
이수경 당원이 과일 한 봉지를 사들고 들어온다. 야근하는 날은 낮에, 주간 근무 때는 퇴근 후에 선본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 당원은 전화 홍보를 주로 하고 있다.
"바쁘다면서 그냥 전화를 끊는 사람도 많고, 1인 2표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수고한다'면서 격려해주는 사람도 많고,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 보면 당에 호의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어요.
한번은 전화를 해보니 한나라당 사무실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왜 전화를 했냐'면서 화를 내다가도, '탄핵은 잘못한 일'이라는 말을 나누다가 서로 '격려'해 주고 전화를 끊은 적도 있어요."
말을 건넬 시간도 없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남경수 사무국장. 김용한 후보의 선거 직전 지지율은 5∼7% 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을 전하자 이렇게 말한다.
"지난 2002년 시장선거 때 후보지지율 5.3%, 당 지지율 1.9% 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후보 14.6%, 당 11.4%가 나왔어요. 대선 때도 평택은 8%가 넘게 나온 지역이고요.
여론조사하고 항상 다르게 나오는 지역인 만큼 크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 이번 선거는 각 읍면 단위까지 선거 조직을 건설하고 뛰는 선거인만큼 좋은 결과를 기다리셔도 됩니다."
"유권자를 감동시키고 유권자에게 감동 받고"
연설 형식의 광고 문구에 대한 선본 내 최종 점검 후, 지역 방송의 스튜디오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거리에서 좋던 넉살은 어디 갔는지 김 후보는 약간 긴장한 모습니다. 대동한 쌍용자동자 조합원 두 명이 자동차 만들 던 손으로 후보의 옷 매무새를 만져주고, 녹화가 시작됐다.
수화통역을 맡은 쌍용자동차 조합원 박정근 당원은 "수화하는 사람들에게 선거가 '대목'이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다른 당 수화통역은 안 한다"고 말한다. 10분 연설 녹화를 딱 두 번에 끝냈다. 당담 PD는 "아주 잘됐다"는 칭찬으로 후보의 기를 살려 준다.
잠시 뒤 집중 유세가 있는 평택버스터미널 앞. 지역 당원들과 조합원 40여명이 삼거리를 완전 장악했다. 유세단의 율동을 하고 김 후보는 연설을 한다.
"얼마전 안정리 사시는 한분이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당 돈 받아가면서 선거운동 했는데 이번에는 민주노동당 김용한 찍겠다고 했습니다. 서민의 고통을 대변해주는 그 마음 변치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에 민주노동당 사랑한다고 말하시더군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이 '군소정당'이라는 말은 최소한 평택에선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말이었다. 후보가 거리를 누비는 동안 최소한 5분에 한 명은 도움을 주고받았던 시민들이 만날 수 있었다. 지역의 노동자들은 휴가 내고, 상근하면서 혹은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마 민주노동당이 없었다면 나도 선거 날 놀러갈 궁리하면서 정치인 욕이나 했을 것"이라는 김득중 수행비서의 말에서 이미 평택의 선거는 이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승리를 확인하는 날까지 불과 열흘 남았다.
정용상 ysjung@kdlpnews.org
"'지갑' 주어서 좋겠습니다"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신한국당에서 도의원을 지냈다. 자민련 허남훈 의원이 평택의 현역의원인 시절에는 자민련으로 당직을 바꿔서 도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16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 현재는 열린우리당으로 평택을에 출마'하신' 정장선 의원의 간략한 당적 변경사다.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통과 될 때는 평택시농민회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선 투표에 불참했고, 이라크 파병동의안에도 찬성입장을 보였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도 '조건부 찬성론'을 보이고 있고, 평택 농민들이 주최하는 9일 국회위원 후보자 토론회에도 불참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이라크파병에 찬성한 것을 비난하는 김용한 위원장에게 "김 선배(김용한 후보), 제가 한 일은 이번 4월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심판 받겠습니다"라고 호언했다는 정 후보. 그의 지지율은 선거직전 42.4%(3월 30일 KBS 발표)로 나와있다.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높다. 쿠데타 세력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서, 대통령 탄핵을 "의회 쿠테타"로 몰면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노회찬 선대본부장의 말처럼 "떨어진 지갑을 주웠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정용상 ysjung@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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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평택을 선거구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