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폄 ) 재계 "민주노동당 20석 땐 탄핵상황"
"정당투표(를) 한다고 해도, 뭐 얼마나 (의석수가) 나오겠나."
올해 초 A 재벌기업의 임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에게 올 총선은 '거대 야당이 그대로 가느냐'와 '열린우리당이 과연 몇 석이나 얻을까' 정도였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그는 당시 "노동자 당이라는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노동자당 후보를 당선시킬 정도로 계급의식이 있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 임원을 최근에 다시 만났다. 그는 "지금은 상황이 약간 바뀌었다고 하는데…"라면서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요즘 (여론조사) 나오는 만큼 그대로 나오기는 힘들지 않나"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노동자 정당의 국회 원내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향후 기업들이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4·15 총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재계 쪽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에 대해 겉으론 애써 무시하는가 하면, 속으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쪽(민주노동당) 일부에서 20석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면서 "20석이면 원내 교섭단체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기업들에게는 탄핵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에 진출한 민노당이 국민들의 반 기업적인 정서와 함께 노동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다른 당의 친 노동계 인사까지 힘을 합할 경우 기업인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민노당 20석이면 기업들에게는 탄핵 상황"
기업들의 노동계 정치세력화에 대한 우려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일 내놓은 '노사관계의 현안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기업인들은 노동계의 원내 진출로 각종 노사관계에서 노동계의 입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3월 205명의 기업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 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악화될 것'이라고 밝힌 비율도 54.2%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40.8% 정도가 올해 노사관계가 전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근들어 14.2%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노동계 의원들'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우선 노사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기업인들은 예상했다.
설문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총선을 통해 노사관계의 입법 등이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 가운데 31.8%는 정치투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인은 10.9%에 그쳤다.
전경련 노동복지팀 한종훈 조사역은 "민노당 출신 의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진출하고, 다른 당의 친 노동계 의원까지 힘을 합하게 되면 노동계쪽에 유리한 입법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전망했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민노당이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수를 얻을것인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민노당의) 강령 등을 보게되면, 시장 경제에 역행하는 요소들이 들어있는 점이 있고,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인들의 우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초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74%가 '올해 노사관계가 작년에 비해 더 불안할 것'이라고 나왔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부터 주5일제, 임금인상문제 등 올해 노사관계가 다른 어떤 해보다 어려울 것 같다"면서 "총선 결과에 따라 노동계의 입김이 더욱 커지게 되면 기업인 입장에선 더욱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재계의 과민반응에 선거 영향 미치지 마라"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 노동자 정당의 원내진출을 방해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7일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그동안 사측 일변도의 일방적 노사관행과 함께 전 근대적인 노동 통제가 주류를 이뤄왔다"면서 "이제는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올바른 노사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이번 조사 결과는 재벌 오너의 모임이면서 한국의 자본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 이어 일반 국민들은 이제 노동자 정당 원내 진출을 통해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6일 '전경련은 노동자정당 원내진출 방해말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선거풍토상 그동안 국회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어 왔다"면서 "가진 자들이 의회마저 장악하면 정치개혁과 정치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고, 노사관계 안정과 산업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훈중 노총 홍보국장은 "서구유럽의 경우 녹색사민당이나 사회민주당 등이 집권하고 있으면서도 노사관계가 우리보다 훨씬 안정돼 있다"면서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위해서라도 의회 안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헌 녹색사민당 부대변인도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노사관게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기업들이 노사불안 우려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을 보수정당에 상납해 온 관행에서 기업들이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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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탄핵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