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 이상한 시민단체, 신나는 열린우리당
이라크전 파병은 '헌법유린' 아닌가…낙선 기준 '제멋대로'
예상대로 '허탈한' 명단이 나왔다. 지난 4월 6일 발표된 총선시민연대의 낙선 대상자 명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모두 3백60개 시민단체가 결집되어 있는 2004 총선시민연대는 부패·비리, 선거법 위반, 반인권·민주헌정질서 파괴전력, 경선불복·철새행태 그리고 지난 3월 12일 가결된 대통령 탄핵안 찬성 여부 등을 기준으로 총 2백8명의 낙선 대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라크전 파병,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악 등 정책·현안에 대한 태도는 전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 "탄핵 찬성도 낙선 사유가 되는데, 이라크전 파병 등의 문제가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사실 탄핵은 보수정당들 간의 정략적 싸움 속에서 일어난 일 아닌가. 총선연대가 '헌정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이유로 탄핵 찬성 의원을 낙선 대상자에 포함시켰다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적극 추진한 이라크전 파병, 집시법 개악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어야 옳았다.
이 모두는 탄핵안 가결보다 훨씬 더 심각한 '헌법파괴' '인권유린' 행위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 평화 등 우리가 수호해야 할 가치와도 거리가 멀다."
실제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이라크전 파병, 집시법 개악 논란이 벌어졌을 때 스스로 '위헌'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었다.
낙선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추가 파병동의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 대다수가 파병방침의 재고를 요청하고 있음에도 파병동의안을 의결시키는 것은 국민의 참여를 국정철학으로 표방한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며 "양심적인 국무위원이라면,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반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집시법 개악안에 대해서도 "집회 및 시위는 약간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척도"라며 "반민주적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었다.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모순'된 태도 덕분에 살아남은 정당은 열린우리당뿐이다. 열린우리당은 명단 발표 이후 정동영 의장 실언, 분당론 등의 '악재'가 탄핵 논란 재점화로 잠재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희희낙락하는 분위기였다.
박영선 대변인은 "낙선 대상자에 탄핵의 주역들이 포함된 것은 탄핵에 대한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반영한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은 현역의원 전부가 낙선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열린우리당은 송영길 의원 등 다른 사유로 낙선 대상이 된 사람을 제외한, 33명의 다수 현역의원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상식'대로라면 그 33명의 의원 중 최소한 이라크전 파병, 집시법 개악안에 찬성한 사람은 낙선 대상이 되어야 마땅했다.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김원기, 김부겸, 이부영, 안영근, 장영달, 이해찬 의원 등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인사들 대다수가 지난 2월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정동영, 김원기, 강봉균, 임채정, 이종걸 의원 등은 지난해 4월 통과된 1차 파병 동의안에도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다.
노무현 정부가 주도한 집시법 개악안에도 찬성을 표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정동영, 김원기, 정세균, 강봉균, 홍재형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는 지금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탄핵무효·민주주의 수호'를 비장하게 외치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데 앞장선 정치인들이 졸지에 민주·개혁세력으로 되어버린 데는, 겉다르고 속다른 시민단체들의 공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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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정체성에 대한 자기 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