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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회로 삼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내걸고 대파업을 준비하자
2월 23일 대법원은 최병승 동지 사건에 대해 현대차가 그동안 불법파견을 저질러 왔으며,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이라고 확정 판결했다. 이것은 대법원이 재작년 7월 22일 판결에 이어 다시 한 번 현대차 자본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피어린 노동자투쟁이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현대차 자본을 패소시킨 결정적 주체는 대법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피어린 투쟁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0년간 200명 넘게 싸우다 해고당했고, 수십 명이 쇠창살 안에 갇혔으며, 자기 몸에 불을 댕기고, 목을 매달기까지 했다. 2010년 11월~12월에는 25일간 강도 높은 점거파업을 벌였으며, 현대차 자본이 1500명 넘게 대량징계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끈질기게 투쟁해왔다. 이런 투쟁이 없었다 해도 대법원이 현대차 자본을 패소시켰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좀 더 넓게 보자면, 희망버스, 반값 등록금 시위, 각종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세력의 연이은 패배 등에 반영된 노동자민중의 광범위한 분노가 이번 대법원 판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분노에 놀라 한나라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지배자들이 비정규직 대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듯이, 대법원도 현대차 자본을 패소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법원 판결도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단지 최병승 동지 개인이 아니라 현대차 1만 사내하청이, 더 나아가 조선, 철강, 전자 등 모든 산업의 32만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며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마땅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 소식에 노동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자본가들이 신음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원하는 최종적 성과는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노동자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왜냐면 첫째, 대법원 판결도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화 대상을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은 2005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는 구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간주’(고용의제)하고, 2005년 7월 1일 이후 입사자는 개정된 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고용의무)만 있는 것으로 해석해 사내하청 내부를 갈라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노동자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둘째, 현대차 자본과 자본가단체들은 어떤 형태로든 저항을 완강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 직후 현대차 자본은 “판결을 존중하며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자본은 그동안 지껄여왔던 대로 “이것은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판결이다”며 최병승 동지만 정규직화할 수도 있다.
현대차 자본은 최근 공장에 뿌린 찌라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더 이상 고용안전판으로 이용할 수 없어서 정규직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투의 글을 연거푸 썼는데, 이것은 정규직을 위협해 노동자를 분열시킴으로써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무산시키려는 수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현대차 자본은 대법원 판결과 사회여론을 고려해 한 발 물러서는 척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켜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저지하려는 술책을 더 강화할 것이다.
계속 버텨도 안 될 것 같아 설사 한 발 물러나 최병승 1인을 넘어 정규직화의 폭을 넓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는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무기계약직처럼 허울뿐인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 기간제 계약직으로 전환해 2년마다 한번씩 대량해고를 자행할 수도 있다. 작년 말부터 생관 하청업체를 외주화했고, 지금 통합사업부 신영기업을 글로비스로 외주화하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외주화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상대로 노동강도 강화, 전환배치 자유화,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리해고 등 다른 공격을 준비하고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제는 대법원 판결을 딛고 대대적 총파업으로!
경총은 이번 판결은 “경영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는데, 이것은 자본가들이 대법원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다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노동자들에게 기회이지만, 단결투쟁하지 않으면 이 기회는 또 하나의 생색내기나 또 다른 위기로 전락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은 지난 10년간 피어린 투쟁의 성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투쟁뿐이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내걸고 현대차 1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저들이 2년 이상과 이하를 갈라치려 한다면, 우리는 반대로 근속에 관계없이, 식당/청소/경비/한시하청/2·3차 하청 가리지 않고 모든 사내하청을 단결시키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노동강도 강화 없고, 생활임금 보장하는 주간연속2교대 요구를 함께 내걸고 5만 5천에 이르는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제 철폐, 모든 산업에서 잔업․특근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활임금 쟁취,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내걸고 모든 노동자가 총파업으로 떨쳐일어날 수 있도록 분투해야 한다.
자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전반에 확대될 경우 5조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간다며 호들갑을 떤다. 한해 수백조원의 이윤을 벌어들이는 자본가들이, 현대기아차 한해 순이익도 안되는 돈을 갖고 엄살이다. 아니, 반대로 해석하면 그동안 자본가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무려 5조원의 돈을 강탈해간 것임을 자백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그동안의 노동자투쟁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완전 쟁취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 노동자의 힘을 완전히 동원하는 총파업!
2012년 2월 24일
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노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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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회로 삼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내걸고 대파업을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