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민주노총 3층 전교조 회의실. 금속노조 주관하에 ‘위기의 쌍용자동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정부 그리고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 비판에 열을 올렸다.
상하이차가 신차 개발, 투자 등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저버린채 기술만 쏙 빼갔다는 것. 그리고 정부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부터 이런 ‘먹튀’ 행태가 예견됐음에도 이를 수수방관했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은 쌍용차의 회생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차를 ‘국민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쌍용차 노조 측의 주장과 비슷하다.
이런 쌍용차 노조의 모습에 꼭 11년전 기아차 노조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도산 위기에 놓였던 기아차는 ‘국민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해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인식한 정치권 인사들 역시 기아차 입장에 맞춰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에 앞장섰다. 그리고 당시 경영진과 노조는 서로의 암묵적 합의하에 구조조정은 게을리했다. 하지만 일시적 연명에 그쳤던 기아차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고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더 혹독한 구조조정에 내몰린 결과를 초래했다. 국가경제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도 기아차 처리건과 무관치 않다.
자동차 메이커로서 쌍용차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철지난 SUV가 주력 생산 차종이며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고 게다가 강성 노조까지 버티고 있는 쌍용차에 관심을 가질만한 국내외 기업은 현 경제 상황에서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지어 기업가치로만 본다면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견해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필수적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 인원의 반을 줄여도 쌍용차가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노조는 이와같은 현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조의 주장대로 정부나 상하이차의 과오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노조가 주장하는 ‘국민기업’ 운운은 그와 별개다. 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아날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노조는 경영진과 협의해 경쟁력 강화 방안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쌍용차가 10여년 전 기아차의 전철을 다시 밟는 불행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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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식 못하는 쌍용차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