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 현대차노조 “6월 산별노조 전환”
2003년 부결·성사 불투명 … 기아·대우·쌍용차노조도 준비중
가결되면 노사지형 급변 ‘핵폭풍’ … 재계 대기업 산별노조 전환 ‘전전긍긍’
현대자동차노조가 오는 6월 현재의 기업노조체제를 버리고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노조를 비롯해 완성차 4사 노조 등도 비슷한 시기 산별전환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어서 노동계와 재계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노조들의 산별전환 투표는 민주노총 금속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소속 노조 동시 산별전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만약 산별노조가 조합원들에 의해 가결될 경우 노사관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송희석 현대차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산별전환을 위한 간담회와 부흥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며 “현재 완성차 4사 노조와 이들 협력업체 노조가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산별노조인가 = 현대차노조 등 주요 대공장노조의 산별전환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민주노총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2006년 7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복수노조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산별노조 건설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자”며 산하 연맹의 산별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금속, 화학연맹 등 주요 제조업 노조들이 올해 산별전환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노동계가 이처럼 산별노조를 고집하는 것은 노조원의 더 큰 단결만이 자신들의 권익을 실현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산별노조가 생기면 현재 기업단위에서 노조와 기업이 직접 단체교섭을 벌이던 것에서 산별노조가 사용자단체나 개별기업과 집단적 또는 개별적으로 교섭을 직접 하게 돼 노조는 단결력과 투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업차원 복수노조 허용도 산별노조를 재촉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송 부장은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들어서기 때문에 노조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다”며 “하청업체 노조도 함께 참여해 이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택시노조, 시내버스노조, 금융노조 등이 산별노조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 산별노조가 사용자단체 또는 개별기업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산별전환 가능성은 = 문제는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규약을 바꾸고 이를 산별노조로 전환한다는 규약개정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원 2/3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대차노조의 경우 이미 지난 2003년 한차례 투표를 벌였으며, 당시 62%의 찬성으로 근소한 차이로 산별전환에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는 상황이 다르고 산별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송 부장은 “조합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과 함께 산별교섭에 따른 대안을 계속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이러한 발 빠른 움직임에 대해 회사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산별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고려할 때 산별전환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재황 한국경총 상무는 “대기업노조나 노조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산별노조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별로 전환하더라도 지금의 금속노조가 아니라 자동차산업 노조와 같은 소산별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노조만 별도의 산별노조를 결성할 경우 금속노조 등과의 마찰도 우려돼 노조집행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은 7~8일 산별전환과 관련한 노조간부 수련회를 개최한데 이어 앞으로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교육과 함께 조만간 산별전환을 위한 총투표 일정을 확정해 산하노조에 시달할 계획이다. 현재로써는 6월에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별노조로 전환되면 = 이들 대공장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이 확정될 경우 산업현장과 노사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2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노조가 출현하게 돼 노조의 힘이 지금보다 강력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교섭 양식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산별노조와 자동차산업 또는 금속산업 사용자단체와 집단적인 교섭이 이뤄진다. 문제는 산별교섭에서 타결되지 않은 현안이 예컨대 ‘현대차지부’와 같은 개별지부차원에서 다시 보충교섭이 이뤄질 것이 확실하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최 상무는 “현재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는 금속이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노조와 지부, 분회 등 2중, 3중의 교섭과 파업으로 산업현장이 혼란스럽다”며 “대기업 노조가 이러한 모습을 보일 경우 심각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자동차노조들이 산별파업을 벌일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자칫 국내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러한 우려를 부인했다. 현대차노조 송 부장은 “현재 노조내부에서 교섭의 대상과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별노조란
현재 우리나라 노조의 경우 대부분 기업차원의 노조로 구성돼 있다. 이들 노조가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권을 가지고 있다.
내부 재정이나 사업도 기업노조 차원에서 이뤄지며, 이들 노조가 느슨하게 연대한 것이 산별연맹이다. 하지만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사실 대표권과 교섭 및 체결권을 산별노조가 갖는다. 개별 기업의 지부는 산별노조가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교섭권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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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산별노조 전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