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인사청문회 전날인 7일 법안소위를 열어 비정규직법을 심의하기로 했다. 또 소위 통과를 전제로 9일 전체회의 안건에 비정규직법 의결을 포함시켰다.
환노위가 비정규직법을 처리하기로 한 9일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는 대의원대회 하루 전이다. 또 민주노동당 대표 선거일 하루 전이기도 하다.
환노위 일정이 이처럼 노동계의 굵직한 일정들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는 의사일정을 두고 구구한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7일 법안소위-9일 처리’라는 일정은 우리당쪽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법안 처리 일정을 두고 민주노총 선거를 의식한 일정이라는 분석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상반된 두 가지 분석이 공존한다.
‘민주노총 선거 고려설’은 또 두 가지 분석으로 나뉜다. 하나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요구하는 ‘사유제한 도입’을 어차피 수용하지 않을 바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에 서둘러 처리하는 게 조직적 반발과 저항이 적어 힘이 덜 드는 최적의 기회라고 봤다는 해석이다. 이는 강행처리 저지 의사를 밝힌 민주노동당쪽의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노총 새 지도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여당의 고려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만일 국회가 민주노총 지도부 구성 뒤에 법안 처리에 나설 경우 민주노총 새 지도부는 ‘저지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도 국회가 민주노총의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처리하면 곧바로 노정관계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여당이 공 들여온 ‘사회적 대타협’에도 역행한다는 것. 따라서 여당이 이런 결정을 할 리 없다는 게 이런 분석의 근거이다.
한편 민주노총 선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을 강행처리하면 이후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은 물론 노정관계까지 파탄날 것”이라며 “그런데도 여당이 이런 일정을 세운 것은, 민주노총 선거나 노정관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당에서도 민주노총 선거를 의식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당 관계자는 “9일 환노위 회의장에서 만일 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대치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다음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장 분위기도 격앙될 수 있다”며 “우리당이 민주노총 선거를 고려했다면 이런 일정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 선거 고려설’에서는 엇갈린 분석들이 쏟아졌지만, ‘새 장관 부담덜기’라는 부분에서는 여야의 인식이 대체로 같았다.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환 장관이 제출한 법안이므로, 퇴임 전에 마무리지어 새 장관의 부담을 덜어주자고 여당이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상수 신임 노동부 장관의 길 닦아주기용”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당 관계자도 “새 장관 취임 전에 마무리 지을 것은 지어놔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이같은 '새 장관 부담 덜기'라는 분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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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중
정부 비정규개약법 강행!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