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극심한 심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열렸다.
지난 4월 30일 평택시청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한 두 가지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첫 번째는 명진 스님이 개최한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설법회’였고, 두 번째는 정혜신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연 ‘심리치료 교실’이었다. 심리치료 교실은 지난 3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으며 이날 6번째 모임이었다.
명진 스님 설법회 이후 1천만 원 쾌척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의 설법회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됐다.
설법에 나선 명진 스님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진압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최근에 복직이 늦어지면서 생활적으로 많이 곤란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쌍차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명진 스님은 또 “쌍용자동차 파업은 생존을 위한 문제였을 뿐이고 사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권력은 불법 딱지를 붙이며 공권력을 투입했다”며 “자기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한 노동자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며 탄압하는 것은 현 정권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설법을 마친 명진 스님은 최근 출판한 ‘스님은 사춘기’의 인세 1천만 원을 현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명진 스님 설법회 이후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을 비롯한 참가자 60여 명은 평택시청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맑은 공기를 마셨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도 “그동안 쌍용차 문제만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았다”며 함께 했다.
산책 후에는 가수 박혜경씨와 함께 하는 진보적 트위터 모임 ‘레몬트리’가 마련한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점심식사 자리에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깜짝 등장했다.
김제동씨 깜짝 방문···“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살기 위해 왔다”
평상복 차림으로 평택시청을 찾은 김제동씨에 참석자들이 환호를 보내자, 그는 “그냥 밥 먹으러 왔다”며 “요즘에 시간이 많다. 집에만 있으니까 할 일이 없어서 놀러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김제동 씨는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내면서 참석자들에게 진솔한 마음을 건넸다. 그는 "솔직하게 웃기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솔직하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살기 위해서 왔다"고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최근 진보진영 행사에 몇 차례 참석한 것 때문에 어머니가 '빨갱이 아니냐'며 걱정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같이 살자는 게 빨갱이라면 나는 빨갱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제동씨의 방문에 현장에 있던 쌍차 가족들과 ‘레몬트리’ 자원봉사자 일부는 즉석에서 싸인과 사진찍기 등을 요청했다. 특히 평소 편안한 스타일로 알려진 김제동씨는 2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여성들은 김제동씨에게 먼저 다가가 팔짱을 끼면서 “친한 척 좀 해주세요”, “우리 애기도 한 번 안아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제동씨는 참가자들의 요구에 친절하게 응대했다.
쌍차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 이어져
점심식사 이후 참가자들은 평택시청 대강당에 빙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는 정혜신 전문의가 봤다.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내용은 조금 무거웠다.
파업 당시 조직실장을 역임한 김득중 조합원은 “파업 이후 경찰과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네가 파업의 주동자 아니냐’ , ‘국가 전복을 꾀하려고 한 것 아니냐’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며 “하루하루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힘들다”고 털어놨다.
고동민 노동자의 부인 이정민(37)씨는 “우리 애기 아빠가 갑자기 직장이 없어진 이후로 모든 일이 다 걱정스럽고 답답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30%가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유병률도 52.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호소에 각계각층의 여러 사람들은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전두환 정권 당시 모진 고문 끝에 ‘간첩’으로 조작됐다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최양준(73)씨가 먼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최씨는 “1982년 외국 출장을 다녀오는 데 공항에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붙잡혀 부산 보안대로 끌려가 혹독하게 고문을 당하다가 간첩으로 낙인 찍혀, 재판에서 15년 형을 선고받고 8년 6개월 동안 무고하게 감옥살이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하게 국가권력에게 당한 것이 너무 분하고 서러워서 매일같이 울었다”며 “쌍용차 분들에게는 무엇이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트위터에서 모임을 알고 참석한 심미숙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심씨는 “쌍용차 노동자 분들이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정혜신 전문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전쟁 같은 상황을 경험하면서 통상적인 정리해고자들보다 많은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며 “오늘 모임을 계기로 상처를 입은 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한편 이날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정욱씨의 딸 김해린(11)양의 생일이었다. 심리치유 프로그램에 참석한 사람들은 함께 김해린 양에게 생일 케익과 노래를 선물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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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쌍용차 노동자 위로 나선 김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