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국가를 말한다]볼보, 대량해고에도 파업은 없었다
ㆍ정부가 나서 재취업, 직업교육… ‘생계고로 자살’ 쌍용차와 딴판
스웨덴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 볼보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수천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2009년 쌍용자동차처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격렬한 파업은 없었다. 직장을 잃은 14명의 가장과 가족이 생계고 등을 이유로 연이어 자살한 쌍용차의 비극은 스웨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야기를 들려주자 “직장을 잃었다는 개인적인 부끄러움 때문이냐”며 엉뚱하게 되묻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스웨덴에서는 직장을 잃었다고 해도 삶에 큰 변화는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볼보의 대량해고가 시작되기 전인 2008년 10월. 스웨덴 정부는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자동차 본사에 임시로 고용청 사무소(AF-Volvo)를 설치했다. 정리해고를 앞둔 직원들이 미리 직업교육과 일자리 알선을 받고 새로운 직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해고에 앞서 회사들은 6개월 전 고용청에 먼저 정리해고 통보를 하고, 직원들이 미리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게 돼 있다. 2009년 초에는 간판을 ‘예테보리 운송사업을 위한 직업안내소’로 바꿔 볼보뿐 아니라 볼보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담당하며 ‘경제위기 이후’를 준비하도록 했다.
사내에 국영 직업안내소를 설치하는 것은 스웨덴으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실직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에 따라 실직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예다.
결국 2009년 9월까지 1년여의 운영기간 동안 이곳에 2635명의 구직 희망자들이 오갔다. 스웨덴 고용청의 올해 2월 자료에 따르면 이 중 1556명은 경영이 호전된 볼보의 일자리로 돌아갔고, 438명은 고용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자리 교육 등을 받고 있고, 298명은 창업 등 다른 이유로 고용 프로그램 수혜를 중단했다. 나머지 770명은 여전히 실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쇠데르 맬라스트란드 소재 고용청의 페르 홀름 사무소장은 “볼보처럼 경제 위기로 인한 대량해고의 경우에는 국가적인 문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특별히 임시 사무소까지 설치해 해결했던 것”이라며 “시민들의 세금을 통한 사회안전망이 깔려 있어 당장 직장을 잃더라도 교육비와 보육비는 들지 않도록 국가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실업공포’는 적다”고 설명했다.
|
143
, 
6/8 p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