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관리직 노조 잇따라 설립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은행 관리직 직원들이 잇따라 노동조합 설립에 나서고 있어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간부들로서는 자구 수단인 노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준(準) 경영진이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관리직의 노조 설립은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관리직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고 17일부터 3급 이상 부점장 600여명과 지점장인 4급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조합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 부점장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독자생존을 위한 전국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고 독자생존의 실패에 대비해 551명이 사직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경험이 있어 빠르게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환은행 관리직노조의 오규만 위원장은 "관리자 위치에 있다 보니 기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관리자들의 불안한 지위는 장기적으로 은행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관리직 노조는 지난 6월말 설립된 우리은행의 관리직 노조에 이어 은행권내 두번째다.
은행권에서는 농협과 국민은행 등 다른 은행에서도 관리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어 조만간 관리직 노조 설립이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 설립이 사실상 3년 유보되며 현행 법으로 보장된 관리직 노조의 설립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리직노조 조상원 위원장은 "많은 은행 간부들이 책임과 의무만 주어진 채 입장을 얘기할 창구가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여러 은행들로부터 문의가 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관리직 노조 설립이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관리직 노조가 확산될 경우 경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관리직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와 특수부서 운영 개선,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8차례에 걸쳐 황영기 행장과의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나 은행측은 간사은행으로서 은행권 전체 공동단체협상에 임하고 있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측은 감사원 감사에 이은 예금보험공사위원회, 국정감사 등 각종 외부 일정에 쫓기고 있어 자칫 교섭 해태로 소송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권 일부에서는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관리직들이 노조를 설립해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다수 노조를 상대하기에 벅찰 것"며 "최소 연봉 8천만~9천만원 이상인 간부들이 잇따라 노조를 설립해 지나친 요구를 하게되면 은행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노조에서는 혼선을 피하고 노조의 대표성 확립을 위해 관리직과 비정규직 행원을 노조원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금노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정규직 노조는 전체 은행원의 59%만을 대표하고 있어 조합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외부 의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관리직과 비정규직 행원들을 조합원에 가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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