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기일보 2007-9-20]
권영길 의원을 선출한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돋보였다. ‘적(敵) 보다 더 지독하게’ 상대방을 공격했던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과는 질이 달랐다. 국민경선을 표방했지만 투표율이 20%도 못미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 경선에 경종을 울렸다. 탈당 전력을 놓고 후보 흠집 내는 데 다른 당과 마찬가지인 민주당도 본받아야 한다.
경선 과정에서 일부 네거티브 공방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헐뜯기보다 후보들이 정책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상정·노회찬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도움주기’를 다짐하며 깨끗이 승복한 것도 보기 좋다. 민노당이 정치세력으로 한층 더 발돋움할 가능성을 과시했다.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은 여러가지 점에서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권 후보의 단독출마로 경선 없이 추대된 지난 2번의 경우완 달리 심상정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연출함으로써 당 안팎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또 진성당원제에 기반을 둔 당원직선제를 통해 정당정치의 모범을 세웠다. 다른 정당들이 자신들의 부실한 대표성을 은폐하고 대중적 관심만을 노리기 위해 여론 조사나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행태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권 후보와 진보정당의 지난 두 차례 대선 도전은 사실 정권 창출보다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도 진보정당이 당당히 자리잡겠다는 시도이자 실험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세 번째 도전도 그와 같아선 주목을 받을 수 없다. ‘당원만을 위한 당’과 그 당의 존재 확인을 위한 대선 후보 배출이 아니라 이번 대선을 대안정당·대안세력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집권하는 예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는 진보정당의 역사와 기반이 일천하다. 집권전략을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민노당이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도 왜 도약하지 못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제 민노당은 급변하는 정치·경제적 현실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대중정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 ‘그들만의 이념정당’이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관념적인 이론투쟁이나 일삼는 ‘운동권 정당’이 아니라 다수 민중들을 대변하는 대중정당이 돼야 한다. 민노당이 명실상부한 대중정당이 되려면 대선 후보가 된 권영길 의원은 물론 경쟁관계였던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민노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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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민주노동당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