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이웃이 추우면 덩달아 춥잖아요”
평택의 ‘연탄 천사’
주민 738명 ‘연탄나눔은행’ 잇달아 가입
모태는 쌍용자동차 봉사모임 ‘연탄길’
“10만원이면 한 겨울치 쌓아놓을 수 있어”
배한진 기자 bhj@chosun.com
입력 : 2007.10.01 23:29
‘연탄 한 장 값은 300원입니다. 3장(1000원)이면 한 가구가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100장(3만원)이면 1가구가 한 달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300장(10만원)이면 1가구가 한 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평택연탄나눔은행 홍보물에 나오는 글이다.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해 연탄천사가 된 주민들이 있다. 평택에서 올 들어만 700명을 훌쩍 넘겼다.
연탄천사란 평택연탄나눔은행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6월 시작한 이래 참가자들에게 번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10월 1일 기준으로 738명을 기록했다. 연말까진 아직 2개월여가 남았으니 1000명은 무난하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 지난해 평택지역 연탄나눔행사에 참여한‘연탄천사’들이 소외가정에 겨울나기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평택시민신문제공
“원래는 회사 모임에서 독거노인 대상 봉사활동을 했는데, 연탄을 때는 집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탄나눔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거죠.”
연탄나눔은행의 모체가 된 평택 쌍용자동차공장 봉사모임 ‘연탄길’ 박용민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의 설명처럼 연탄천사는 지난 99년 쌍용자동차공장 직원 17명으로 구성된 연탄길에서 시작이 됐다. 독거노인 봉사를 다니다가 연탄 때는 집이 많다는 걸 알고 연탄나눔 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이, 지금은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와 지역언론까지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을 했다. 쌍용자동차가 공식 협찬을 맡고 있다.
모임의 성장만큼이나 사랑의 손길도 한결 커졌다.
지난해에는 96가구에 1000만원(3만장) 규모의 연탄을 지원했고, 올해는 153가구에 3000만원(10만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만큼 천사들의 사랑이 늘었다는 얘기다.
평택 인근에는 연탄공장이 없어 충북 등지에서 실어 날라야 하지만, 연탄이 도착하는 날에는 천사들이 직접 장갑을 끼고 나타나 또 한번 정을 나누는 모습도 볼만하다.
이제는 연탄천사들의 사연이 평택시 전역에 퍼지면서, 각급 기관과 단체, 정치인, 사회지도층 등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이미 천사들이 기탁한 금액이 3000만원을 넘어섰으니 나머지는 고장난 연탄보일러를 고치는 데도 쓸 계획이다.
박 회장은 “연탄 때는 집엘 가보면, 보일러도 문제인 경우다 허다하다”며 “뿐만 아니라 가장이 알콜중독에 빠져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 독거노인들과 손주들만 사는 경우 등 가정 자체가 해체된 곳도 많아 돌봐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평택시사회복지협의회 손영희 사무국장은 “연탄을 나누면 소외된 이웃들의 이것저것을 함께 돌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참여가 많아 벌써부터 마음이 훈훈하다”고 말했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들은 평택연탄나눔은행에 1구좌(1000원·연탄 3장) 이상을 등록하면 천사가 될 수 있다. ☎(031)653-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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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추우면 덩달아 춥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