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대규모 해고 사태를 빚은 쌍용차의 경우 실직한 가장과 가족 다 섯 명이 삶을 포기했습니다.
새해를 맞는 실직자들의 소망은 한결같습니다.
정든 일터로 되돌아가는 일입니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화성의 한 주택가.
한 남성이 승용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운 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올해 37살 서모 씨였습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대규모 감원 당시 직장을 잃은 실직자였습니다.
<인터뷰> 故 서 모 씨 전 직장동료(무급휴직자/쌍용차 평택공장 20년 근무) : “죽었다는 소리 이제 후배들한테 듣고, 많이 놀랐죠. 그 친구는 아니겠지 그랬어요. 아마 돈(때문)일거예요. 자기가 아무리 많이 나가서 벌어봤자 (못 버니까)...”
서씨는 코앞에 닥친 해고위기 앞에 희망퇴직 권고를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퇴직 당시 서 씨가 손에 든 돈은 희망퇴직 위로금 등 2000만 원 남짓,
월급이 끊긴 채 아파트 전세 대출금을 갚고, 병원 신세를 지던 딸아이 뒷바라지하느라 예금 잔고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서 씨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故 서 모 씨 전 직장동료 (무급휴직자/쌍용차 평택공장 20년 근무) : “포항에.. 자기가 또 뭐 잠수용접 그것 좀 배워가지고 그쪽으로 가겠다(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뭐 (거제도) 00쪽으로 갔다는 말 듣고 조금 걱정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아내와는 불화가 심해져 결국 이혼했고, 4살과 2살 난 어린 두 딸을 홀로 돌보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故 서 모 씨 전 직장동료(무급휴직자/쌍용차 평택공장 20년 근무) : “제수씨와의 관계도 힘들어하고 기존에 있던 게 없어져버렸으니까, (이혼 후) 더 나빠졌다고 봐야죠. (혼자) 아이 둘 그거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직장을 떠난 지 1년 반이 넘도록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한 서 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서 씨처럼 대규모 감원으로 실직한 전직 쌍용차 노동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자살을 시도해 봤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김00 (정리해고자/쌍용차 평택공장 15년 근무) : “취직을 못할 정도로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어서)... 제가 실제로 술병을 들고 지하철 철도까지 가고 그랬어요.”
쌍용차 대규모 감원으로 실직한 사람은 모두 2천6백여 명, 이들 실직 노동자와 가족 가운데 실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지금까지 5명에 이릅니다.
지난 2009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250여 명을 감원한 대림자동차 창원공장입니다.
22년 동안 이 공장에서 일해 온 51살 위모 씨는 정리해고로 일터를 떠난 지 1년이 넘도록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00(정리해고자/대림차 창원공장 22년 근무) : “(수입이 없는데 지갑상태는 어떤가요?) 지갑 이거 창피해서 보여 드리겠습니까. 저 아내한테 5천원 받아가지고, 담배 한 갑 사고 하니까 2천원 남았네요? (2천원으로 뭐하실 거예요?) 오늘 점심 컵라면 사먹어야죠.”
생활정보지 구인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도 50대 실직 가장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고정 수입이던 120만 원 남짓한 실직수당도 끊기고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위00(정리해고자/대림차 창원공장 22년 근무) : “답답하죠. 가족만 생각하면 가슴에 뭐가 맺힌 거 같아가지고 소화가 안 됩니다. (큰애는) 휴학계를 내고 작은 애는 올해 수능쳐 가지고 대학에 원서를 내 놓은 상태죠. 교육은 시켜야 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집을 팔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택시기사 48살 김판태씨는 대림차 공장 앞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20년 동안 이 공장에서 일하던 한 씨는 지난 2009년 대규모 감원 당시 희망퇴직으로 실직자 신세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판태(희망퇴직자/대림차 창원공장 20년 근무) : “한마디로 말해서 버림받은 그런 사원이랄까. 기계에 하나의 부속품으로 밖에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직 뒤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20년 공장 생활로 얻은 허리 통증 탓에 일다운 일은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 생각에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는 심정으로 두 달 전부터 시작한 일이 택시 기사였습니다.
<인터뷰> 김판태(희망퇴직자/대림차 창원공장 20년 근무) : “3년 정도 무사고로 해서 개인택시라도 하고 싶은 그 생각밖에 없습니다. 개인택시는 정년이 없잖아요.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10년씩 20년씩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은 실직자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경영난이 조금이라도 해결돼서 실직 전 일자리를 되찾는 일입니다.
<인터뷰> 위00(정리해고자/대림차 창원공장 22년 근무) : “(소망이 뭔가요?) 복직이 다시 새롭게 희망을 가지고, 가정을 아울러 갈 수 있는 그런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경영난으로, 회사 이윤을 늘릴 목적으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대규모 감원 이후 적지 않은 실직 노동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1.02.03 (09:01)
최종수정 2011.02.03 (09:22)
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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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뉴스타임> 줄줄이 자살...벼랑끝 해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