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3일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양심에 비춰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하면 대체 프로그램으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방의 의무’도 양심적으로 군대에 가기 싫다면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다”며 “시험을 안 보는 것이 ‘국방의 의무’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체 프로그램 참여와 관련해 반드시 학생이나 학부형이 판단해야 한다”며 “교사가 (대체 프로그램으로) 유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체 프로그램으로) 유도한 교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형 판단을 존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승인을 불허한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하고 이를 유도한 교사는 원칙에 따라 징계한다는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교과부와 교육감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제고사를 둘러싸고 진보교육감들을 중심으로 교과부와의 마찰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일제고사에 대해 강제해서는 안 된다며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결석처리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도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광주와 전남,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해 무단결석 처리를 하게 될 지, 이를 유도한 교사들에 대해 징계 처리를 하게 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대구, 울산, 경남, 경북, 충남 등은 전교조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제고사를 대신해 체험활동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학생과 교사들에 대한 징계 혹은 불이익 조치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지역 교육청 간에 학생 무단결석 처리와 교사 징계 수위에서 들쭉날쭉 차이가 날 경우에는 형평성 논란마저 불거질 수 있다.
일제고사를 보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도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이날 교과부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433명의 학생이 일제고사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제고사가 부활한 2008년 188명, 2009년 82명 등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교육청 차원에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한 전북과 강원이 각각 172명, 1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7명 △충남 25명 △경남 20명 △전남 12명 △경기 9명 △부산 8명 △울산 6명 △경북 5명 △충북 5명 △대구 3명 △인천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와 대전, 제주는 전원이 응시했다.
교과부는 시험을 거부한 학생 가운데 체험학습 참가자 87명은 무단결석, 등교 후 시험 미응시자 346명은 무단결과 처리할 방침이다. 무단결과 3회는 무단결석 1회와 같다.
교육 단체들은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교과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교과부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지난 3년간 일제고사가 실시되면서 교사에 대한 파면·해임 등 중징계와 학생들에 대한 무단결석 처리가 반복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교과부가 교육 주체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질타했다.
엄 대변인은 또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처리는 교육감이나 교장이 하는 것이고 실제로 교사들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라며 “교과부가 징계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맹비난했다.
교육감이 진보든 보수든 간에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서는 교과부가 상관할 명분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바뀐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현재까지 (대체 프로그램으로) 유도한 교사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
|
3755
188
167
시민
군대보다 가혹한'일제고사'압박.."군대도 대체복무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