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대전교도소에서 뜻밖의 ‘조중동 OUT’ 바람이 불고 있어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해 5월 집시법으로 구속된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
지난 6월 28일 공공운수연맹이 만든 블로그 공공운수노동자(오승희 조직국장)가 밝힌 김 본부장 옥중편지에 따르면 대전교도소 사동 내 구독신문 조선일보(8부), 동아일보(3부), 중앙일보(2부), 한국일보(3부), 매일경제(3부), 스포츠신문 등을 10개월여의 설득 끝에 절독시켰다.
특히 김 본부장은 14년간 조선일보를 구독해온 교도관조차도 ‘감화’시켜 절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구독자중 4명은 경향신문으로 교체 구독신청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사동(1~18방) 내 마지막 절독자 송모씨에 대한 사연도 들려줬다. 그가 김 본부장에게 절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중에 확인 결과 절독이 안 됐던 것. 김 본부장은 공공운수노조(준) 무가지 <꼼꼼>을 대신 주겠다며 설득을 거듭, 끝내 절독에 성공했다.
사동 내에서 ‘연대장’(화물연대본부장의 약칭)으로 통하는 김 본부장은 절독 설득의 수단으로 꼼꼼, 공공운수노동자신문, 구속노동자후원회, 양심수후원회, 노동자정치신문 등 8~10가지의 소식지를 방마다 돌려보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김달식 본부장은 올 1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수감번호 2756번)에서 복역 중에 있다. 주소는 대전시 유성구 유성우체국 사서함 136호.
◇옥중편지 내용
제가 조중동 절독운동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으로 들썩이던 2008년 6월이었습니다. 전 국민적 촛불의 물결 속에서 조중동 절독의 외침이 눈에 들어왔고, 순간 ‘그래, 이거다!’ 싶었어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조중동 절독운동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나 생각만큼 절독운동이 쉽지는 않았고 소극적으로 친지들과 지인들에게만 권유하는 정도였는데, 박종태 열사 투쟁으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정말 조중동의 뿌리가 깊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교도소에선 조중동이 대세입니다. 제가 수형생활 중인 사동은 세 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는데, 방이 모두 18개가 있습니다. 사동 내 신문 구독현황을 보니 조선일보 8부, 동아일보 3부, 중앙일보 2부, 한국일보 3부, 매일경제 3부, 나머지는 스포츠 신문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조중동은 뿌리를 뽑자 작정하고, 틈틈이 조중동 마니아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신종플루 때문에 교도소 내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쉬워서 마스크 2개를 구입해 ‘MB OUT’과 ‘조중동 절독합시다’ 라는 글자를 적어 운동시간이나 접견 다닐 때 번갈아 끼고 다녔습니다. 조금씩 반응이 생기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운동장을 돌면서 “노동자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며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우리 사동 상중하층에서 “이명박 물러가라” 이러면서 후렴구호를 함께 외치는 동지(?)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우리 사동에 신비한 캐릭터로 부각되었고요.
사동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설득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조중동은 신문이 아니라 천민자본을 주인으로 신봉하는 사이비 언론이다”, “이명박이 하는 꼴을 보라, 국민 생계는 뒷전이고 건설자본가 놈들 배불리자고 4대강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 아닌가”, “정권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게 무슨 언론인가” 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운동시간이 끝나자 다들 저를 피해서 방으로 도망가 버리는 게 아닙니까. 이상한 놈이다, 이거겠죠. 그렇게 조중동 절독 부흥회가 실패로 돌아가고 전술을 다시 수립했습니다. 다른 신문을 보여주기로 한 겁니다.
제게 들어오는 소식지가 보통 8~10가지인데 꼼꼼, 공공운수노동자신문, 구속노동자후원회, 양심수후원회, 노동자정치신문 등을 돌려보게끔 방마다 나눠줬어요. 꼼꼼의 경우 여섯 부 정도가 오기 때문에 아주 좋았지요.
그렇게 틈틈이 개개인에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면서 서너 달이 지나니 조선일보 구독자 중 4명이 경향신문을 신청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기분이 정말 짜릿하더군요. 그걸 시작으로 골수 조중동 마니아까지 전향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한 명이 골치였는데요, 다됐다 싶어 1에서 18방까지 확인을 해보니 조선일보 절독을 약속했던 송모씨가 배신(?)을 했던 것이죠. 신문구독 신청을 다시 하려면 한 달 후에나 가능한데 한 달 내내 조선일보 한 부가 들어오는 꼴을 봐야 된다고 생각하니 미치겠더군요. 도대체 이유가 뭔지 알려고 말을 걸었습니다.
“송사장님 너무하시네요. 조선일보 절독하시기로 했잖아요?”
“그게, 조선일보 간지(WHY)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시고, 우리 조합에서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납입한 조합비로 만든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신문 중 가장 소박하며 삶의 감동이 있는 무가지 <꼼꼼>을 특별히 한 부씩 드릴 테니까 당장 끊으세요”
그리고는 더 이상 설득하고픈 의지가 생기지 않아 더는 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 구독신청서 작성 후 운동시간에 송씨가 웃는 낯으로 저를 부르는 게 아니겠어요.
“연대장님(제가 화물연대본부장이라고 이렇게들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말고 다른 신문 시켰어요.”
앗싸! 이렇게 해서 조중동 완전박멸에 성공했냐고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한 부가 더 있었습니다. 10개월간 조중동 절독을 떠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 사동 교도관이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말하더란 말입니다.
“조선일보를 14년간 구독했는데 이제 바꾸려고”
이렇게 해서 대전교도소 제가 있는 사동의 조중동은 완전 박멸되었습니다. 구독신문을 변경하는 분들이 가끔 사은품은 뭘 주냐고 저한테 물어옵니다. 그럼 저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죠.
“MB 정권 몰아내고 빼앗긴 민주주의를 돌려드리는 것이 사은품 아닙니까.”
강상철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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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식 화물연대 본부장 옥중 사연(대전교도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