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증폭되는 의혹
- 음모론인가, 아니면 우리 앞의 현실적 위기인가 ?
쌍용자동차 소진관 사장의 퇴진 이후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끊임없는 쌍용자동차 노조의 의혹제기와 언론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된 것도 있고 실체없는 의혹의 -우연의 일치인지도 모르겠지만- 결론이 결과로 나타난 부분도 있다. 쌍용자동차의 미래는 국가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현재 드러나는 쌍용자동차의 문제는 경영구조가 비슷한 국내의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상하이자동차(SAIC)가 지난주말 소진관 사장을 전격 경질한 것은 단순히 기업 내부 문제로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상하이자동차 측은 실적 부진이 경질 이유라고 말했으나 기술 이전을 둘러싼 알력이 진짜 이유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파이낸셜뉴스, 2005년 11월 7일, “[fn사설] 상하이 車, 쌍용 압박 심상치 않다” 中
위의 기사에서 보듯이 소진관 사장의 경질 이유는 기술 이전에 대한 의견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 뿐일까 ? 시중에서 떠도는 소문과 신문에 이미 보도된 사실들을 기초로 몇 가지 항목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소진관 사장은 정말 부실경영자인가 ?
쌍용자동차가 대우그룹으로 인수된 후 부채는 약 3조원에 이르게 되었고 IMF 이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직후 사장에 취임한 소진관 前 사장은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자동차 업계 최장수 전문 경영자로서 11월 까지 쌍용자동차를 경영해 온 소진관 前 사장은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경질되었다. 경질된 이유에 대해 지난 7일 장쯔웨이 대표이사가 기자간담회 때 밝힌 내용 중 이미 신문에 표면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실적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서울경제, 11월 9일, “나중에 정리되면 얘기합시다” 기사 中), “‘사장 자리는 도덕성과 투명 경영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해 사장 경질 배경을 암시했다”(중앙일보, 11월 7일, “최형탁 사장 발탁한 쌍용차, 글로벌화 시동” 기사 中) 등의 이유로 압축된다. 주로 쌍용자동차의 경영 실적과 도덕성에 대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로 드러났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
먼저 경영실적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소진관 前 사장은 1999년 12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상하이자동차에서 문제삼고 있는 올해의 경영실적 또한 상반기에는 SUV 시장의 침체로 68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3/4분기에 흑자로 전환되었고 이후 낙관적인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중앙일보 등 소수 언론에만 보도된 ‘도덕성과 투명 경영 의지’에 대한 것 또한 의문으로 남는다. 과연 이사회에서 즉각적으로 해임이 될 만큼 도덕성과 투명 경영 의지에 문제가 있다면 상하이자동차 측은 왜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가 ? 그리고 왜 그 내용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는가 ? 기업의 투명한 경영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며, 지켜져야 할 공익이다. 이러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의당 공론화를 시킬 필요가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상하이자동차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해임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덕성에 대한 상하이자동차의 언급 내용은 소진관 前 사장에 대한 모함 혹은 음모인지, 사실인지에 대한 의혹은 풀려야만 한다. 만약 소진관 前 사장이 도덕적혹은 투명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일벌백계해야 하고, 만약 문제가 없다면 그런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하이자동차 측은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 상하이자동차는 어떻게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였나 ?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해 약 6,000억원 규모의 채권단의 주식을 인수하기로 합의를 한다. 하지만 그 인수 대금은 거의 차입금으로 매각 당시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차입형 인수’에 대하여 증권업계 관계자는“‘차입조건이 유리하다면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유리한 방안일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자본금 1조원 이상에 GM 등 세계적 업체들과 제휴하고 공격적 인수에 나선 대규모 기업이 크지 않은 대금을 부채로 조달하는 것은 흔하지는 않을 것’”(연합뉴스, 2004년 11월 4일자, “상하이차, 쌍용차 빚으로 인수(?)” 기사 中)이라고 하여 의혹을 제기하였고, 또한 매각 단계에서 인수비용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내 은행들이‘신디케이트론’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매각자금으로 지원한 것이다. 조흥은행, 우리은행, 제일은행, 한국산업은행, 농협, 기업은행, 제주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참여한 신디케이트론은 약 4,200억원의 자금을 상하이자동차 측에 쌍용자동차 인수비용으로 지원한 것이다. 신디케이트론에 제기되는 의혹은 매우 크다. “신디케이트론 결성을 위해 발송한 제안서에는 쌍용자동차 인수금융을 위해서라는 문구가 명기돼 있어 상하이기차공업에 인수금융을 지원하는게 주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즉, 외국기업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대부분을 국내 은행들이 지원해 주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조흥은행은 쌍용자동차가 워크아웃을 졸업함에 따라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다시 대출해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습니다.”(한국경제 TV, 2005년 1월 25일, “쌍용차 '빚내서 인수'” 기사 中). 앞의 인용문에서 보여지는 사실은 간단하다. 상하이자동차는 자기의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국내 은행의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하여 채권단의 쌍용자동차 매각 대금을 결국 신디케이트론의 대출로 전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1년 이후 흑자로 전환한 쌍용자동차를 자활의 기회도 주지 않고 매각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실질적인 외자유치의 효과도 없이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매각자금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누가, 어떤 배경으로 상하이자동차에게 실질적인 국익도 없이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준 것일까 ?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대북관계개선을 위한 중국 지원설이 가장 영향력이 있다. 1차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란싱이나, 2차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하이자동차, 1차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잃었지만 2차 매각에 다시 뛰어든 란싱의 참여배경 등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혹도 분명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3) 상하이자동차는 어떤 목적으로 쌍용자동차를 인수하였나 ?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산업구조조정 촉진, 중국시장진출 확대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부분이다. 중국 자본의 M&A를 통한 핵심 기술 유출 우려는 이미 많은 언론과 연구소를 통해 제기된 바가 있다. 쌍용자동차의 이번 소진관 前 사장 해임 배경에는 이러한 점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이미 언급한 바가 있지만 소지관 前 사장과 상하이자동차 간의 기술이전에 대한 알력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유력한 시각이고, 사장 교체 이후 쌍용자동차 노조에 의해 ‘카이런 설계도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 것 또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매각 단계의 일을 짚어보기로 하자. 2008년 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한 상하이자동차 측은 본 계약시 제3자 매각제한기간을 2년으로 설정(“이번 계약에는 SAIC측이 사들인 쌍용차 주식의 제3자 매각제한 기간을 2년으로 설정, 2년 뒤에는 SAIC가 쌍용차를 다시 팔 수 있는 조항도 덧붙여졌다.” - 연합뉴스, 2004년 11월 4일자, “상하이차, 쌍용차 빚으로 인수(?)” 기사 中)하여 언제든지 쌍용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기술만 이전되면, 다시 쌍용자동차를 매각할 수있는 길을 열어놓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S-100프로젝트 또한 기술유출의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카이런의 설계도면 유출은 사실이 확인된 바 없지만 이미 노조 측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1월 9일 쌍용자동차 노조 측이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인수 후 단돈 10원도 투자할 계획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매각시 제시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파악해 혐의가 확실할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계획”(머니투데이, 2005년 11월 9일, “쌍용차 노조 ‘기술 유출 확실시 수사 요청’” 기사 中 )이라고 밝히면서 “상하이차측에서 이미 ‘카이런’에 대한 설계 도면 등을 몇 대 차량으로 가져갔다며 기술유출이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앞 기사). 즉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소진관 前 사장의 해임 배경에는 기술 유출에 대한 갈등이 있고, 쌍용자동차 인수 배경에는 기술 확보 후 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 필연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4) 상하이자동차 친정체계가 갖는 문제점은 어떤 것일까 ?
소진관 前 사장 해임 시 같이 해임된 임원은 부사장 2명과 상무 4명이다. 이들의 보직은 부사장급인 기획재무본부장, 연구소장과 상무급인 구매, 관리, 기획 담당 임원 등이다. 이들의 보직은 모두 기술과 재무, 자동차의 부품 등에 관련된 부서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쌍용자동차는 물론 부품업체 등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사들이다. 이례적으로 상하이자동차 측은 11월 9일 즉각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한다. “기획·재무본부장에 중국 상하이차 출신 주시엔 부사장을 내정했다. 연구소장(부사장급)은 최형탁 사장대행이 겸임키로 했다. 또 구매담당 임원은 고춘식 상무를, 관리(총무) 임원은 이경택 상무를 내정했다. 기획담당 임원은 방승주 홍보담당 상무를 겸직토록 했다.”(조선일보, 2005년 11월 10일, “쌍용차 노조 '사장교체는 기술유출 사전작업'” 기사 中). 이는 이례적으로 빠른 인사이며, 임원들에 대한 면면은 알 수 없지만, 친 상하이자동차측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든다. 이러한 인사는 상하이자동차 친정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에 대한 의혹과 맞물리며 더욱 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5) S-100은 과연 쌍용자동차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
현재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S-100 프로젝트가 아마도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100 프로젝트는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합작회사를 설립해 2007년 말까지 중국 현지 생산”(한국경제TV, 2005년 11월 9일, “쌍용차 노조 ‘기술 유출 저지’” 기사 中)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가 ? 중국과의 현지 생산은 이미 현대기아차 등이 시행하고 있는데도 ? 그 이유는 바로 기술유출에 있다고 할 것이다. 위 기사를 조금 더 인용하여 보면 “오석규 노조위원장은 ‘현대 기아차 등이 자체 기술과 브랜드로 중국 합작생산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S-100 프로젝트는 상하이차 자체 브랜드의 SUV를 쌍용차 기술로 만든다는 점에서 기술유출은 물론 쌍용차의 하청기지화가 우려된다.’”(앞 기사 中). 다른 기사를 조금 더 인용하여 보기로 하자.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규한 노조 부위원장은 ‘상하이차는 당초 한국에서 부품을 중국으로 공급, 현지 공장에서 조립 생산하는 CKD(부품조립) 방식의 공장설립을 얘기했다가, 최근에는 5대5 투자방식의 직접적인 합작공장 설립을 얘기하고 있다’며 상하이차가 말을 너무 자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 2080억원이 소요되는 중국 공장에 대한 5대5 투자방식도 양사가 100억씩 공평하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는 자금투자 대신 기술이전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700억으로 상계해 투자한 것으로 계산하고, 나머지 340억의 미투자분에 대해서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 판매한 이익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은 기술을 빼가고 현지 공장을 소유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디지털타임스, 2005년 11월 10일, “쌍용차 설계도 ‘상하이차로 샜다’ 기사 中 ). 위 기사의 내용을 보면 상하이자동차는 매각시 특별협약에 따른 평택공장 증설과 10억 달러 투자계획 등 국내 고용과 이익의 창출보다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기술력 흡수와 중국 내 자동차 산업 기반 조성에 그 목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S-100 프로젝트는 카이런과 로디우스를 기반으로 한 차량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브랜드가 쌍용자동차가 아니고 자체 브랜드로 알려진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중국에 쌍용자동차의 차량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쌍용자동차의 우수한 기술력과 인력을 투자해서 만든 차량이 상하이자동차의 차량으로 팔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심각한 사태일 수 밖에 없다. 2년 후 제 3자 매각을 계약에 명기한 상하이자동차는 2006년 말이면 제3자 매각이 가능해진다. S-100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기술 흡수가 끝날 수 있는 충분한 시점에 쌍용자동차를 재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S-100 프로젝트가 상하이자동차가 말하는 대로 중국 내 수출을 위한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기술 흡수와 자체 생산력 강화만을 위한 프로젝트인지 이에 대한 충분한 의혹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산되는 의혹 속에서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의 사장이 교체된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미래와 장래가 걸린 문제이다. 순수 국내 자본 만으로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우며, 그런 주장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과 이미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기술 흡수 문제라는 점에서 보면 하나의 커다란 사례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M&A를 통한 기술 유출이라는 점과 이미 외국 자본에 대한 종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그런 상황에서 모든 이권을 포기한 듯한 채권단의 움직임 등 끊임없는 의혹은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하나의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툼 혹은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해 보인다. 왜냐하면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우리나라의 어느 기업, 어느 그룹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쌍용자동차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은 단순한 음모론인가, 아니면 우리 앞의 현실적 위기인가 ? 이제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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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쌍용기사를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