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급속히 늘어나고 일자리 불안, 생존불안이 지배하는 오늘의 경제현실은 거듭된 성장의 결과물이다. 지난 5년간 지속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노동소득분배율’과 성장의 ‘고용유발효과’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문국현씨는 1% 성장이 20~30만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구조조정 이전의 통계이다. 성장의 주축인 재벌대기업은 지속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계속 줄여왔고 지난 10년간 사라진 ‘좋은 일자리’가 120만개를 넘는다. 외국자본은 주식투자와 금융투기로 집중되어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국내기업들을 파산시켜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없애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이것이 ‘성장’이라면 그러한 성장이 왜 필요한가?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자, 농민, 서민가계가 파탄나는 성장이 어떻게 번영인가? ‘성장이 번영’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참혹하게 배반하는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똑똑히 보아야 한다. 성장이 언제나 번영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는 수도권과 지역의 현격한 불균형발전, 중소기업의 저발전, 농어업과 영세자영업 등 소생산의 몰락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자본의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아직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지역의 상대적 낙후성이 지역주민들의 성장욕구를 심화시켜 개발주의를 부추기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명박씨가 ‘대운하’를 이야기하는 것이나, 노무현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전국을 땅투기장으로 만든 것이나 발상의 근저는 사실상 동일하다.
한국경제는 지역개발을 통한 성장여지가 충분하고 지역을 파헤쳐서 콘크리트로 포장하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형적인 ‘토건국가’식 발상인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목공사를 좋아한 왕조나 권력이 결국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한 과도한 재정부담과 민중들의 원한 때문에 망했다는 사실에서 성장주의자들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장’ 이데올로기가 있다. 시장 이데올로기는 ‘시장=효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국가=비효율성’으로 간주된다. 은행, 통신, 철강산업의 민영화, 철도산업의 상용화, 교육의 시장화, 의료의 산업화, 시장중심 주택정책 등, 신자유주의 기본정책을 관통하는 논리가 바로 시장 이데올로기이다. 시장주의, 또는 시장만능주의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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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덪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