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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퇴진' 선언한 민주노총, 투쟁만 남았다
직선제·상설연대체 실종...조직혁신안 유보 아쉬워
민주노총 제38차 임시대의원대회가 막을 내렸다. 올해 예정됐던 네 차례의 대의원대회가 모두 무산되거나 성원 부족으로 안건심의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의원대회 성사는 민주노총 내의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대의원대회를 통해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권퇴진'을 전체 진보운동진영에서 처음으로 내걸게 됐으며, 오는 11월 15일에는 80만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97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에 맞먹는 파업을 하지 못하면 현재 민주노총에 가해지는 탄압을 뚫고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반기 투쟁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정관계 최악 상황으로
민주노총이 정권퇴진 투쟁을 선포한 이유는 명확하다.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씨의 사망이 경찰의 집단폭행에 의한 것임이 명백함에도, 정부가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전체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공안몰이를 진행하고 있는 점. 노사관계로드맵 협상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점. 올해 하반기는 비정규법안 및 한미FTA 연내처리, 평택미군기지 확장 등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노무현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사회적대타협의 대상이었던 민주노총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게 됐는데, 그보다는 정부가 먼저 민주노총을 '수술'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는 게 사실에 가깝다.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의 로드맵 합의는, 민주노총에 대한 참여정부의 시각이 포섭에서 배제의 대상으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한다.
이와 관련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정부는 민주노총이 꼭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시작했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배제는 김대환 장관 시절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하반기 투쟁방침 결정을 앞두고 정족수 부족이 우려되기도 했는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각 연맹의 조직책임자들을 소집하고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유회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정권 퇴진구호 채택 등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은 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일소됐으므로 이제 투쟁을 조직하는 일만 남게 됐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민주화 투쟁을 선언함으로써 공조 및 조직통합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됐다.
직선제·상설연대체 실종...조직혁신안 유보 아쉬워
한편으로는 임원 직선제를 포함하는 조직혁신안과 상설연대체 참여가 결국 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총 대의체계의 문제점이 다시한번 드러나게 됐다.
임원직선제의 경우 조합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혁신안이었고 누구도 공개적인 반대를 표한 적이 없었다. 상설연대체 역시 민주노총 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전국농민회 등 전체 진보진영과의 공동 사업이라는 점에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문제의 1차적 원인은 현재와 같은 엄중한 시기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의원들의 책임감 부족과 지도력의 한계라는 점에서 '조직혁신안'의 처리 무산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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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정권퇴진' 투쟁을 선포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