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폄)
쌍용노동자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쌍용자동차의 상황이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현장의 겁쟁이 조합원의 한사람으로써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울분을 토할데가 없어서 상급단체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함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는 현 비리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는'자유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여 말없는 조합원들은 의견을 게진할 공간마져 빼앗겨 버린지 오래입니다.
이유인즉 상업성 광고와 명예훼손에 해당할수 있는 비난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데, 그 싯점이 지난해 현 집행부에서 진성도급에 합의해주면서 항의성 글들이 난무하니깐 임단협 핑계와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서 자유게시판마져도 막아버리고는 현재까지 실명제로 운영하여 조합원 참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체로 아주 곱게(?)관리되고 있음을 통탄하여 상급단체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이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조합원들은 이점 이해하기 바랍니다.
글을 전개하기에 앞서 먼저 저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현장 조합원이며, 신앙적 양심에 따라 살아가고자하는 크리스찬이기도 합니다.
지금 현장 곳곳에서는 낙담을 넘어 절망의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많은 현장 모임들은 투쟁을 이야기 합니다. 다가올 정리해고에 맞서 각오를 다지고 투쟁으로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장의 조합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희망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쌍용에는 많은수의 현장모임이 있지만 회사의 거미줄같은 그물망에 걸려있어서 조합원들을 견인하기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노동조합 집행부' 장악을 통하여 자신들과 자신들의 조직을 보호하기위해 선명성을 내세우고 투쟁을 부르짓는 것 뿐이라고 의심합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사람들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현장의 정서가 이렇습니다. 이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선거체계로 돌입합니다. 일정대로라면 빨라야 9월초 또는 중순쯤에 선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지도부는 10월이나 되어야 조합 일상업무를 수행할수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1000여명에 달하는 인력구조조정안을 조합에 통보하였고, 그동안 정리해고 회피노력이라고 주장할 만한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따라서 실제 인력구조조정이 단행될 시기는 법 규정대로 한다면 9월 초쯤이 될 것입니다. 결국 좋으나 싫으나 현 집행부가 구조조정을 책임져야 할 입장입니다.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집행부가 말이죠.. 그리고 이어서 들어서는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후 진용을 갖추고 대응해 나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며 그나마도 현장조직 활동중 비리문제와 무관한지 조합원들은 의심가득한 눈길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슬픈 현실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존재를 부정하고 활동가들을 매도하기 위해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많은 구조조정 투쟁의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비참하게 망가져버리는 모습을 그저 강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만은 이런 비참함이 닥치지 말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것이 우리가 한 일의 전부였습니다. 아니 그이상 아무것도 할수 있는것이 없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이는 산별전환으로 연맹과 노총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있으므로 이전과는 다를것이다 라고 희망섞인 이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현장의 정서를 극복하고 큰 싸움을 조직적으로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객관적으로 쌍용자동차는 우리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비 정상적인 인력구조라는 사실을 현장 조합원은 모두가 느껴왔던 사실입니다.
이부분에 있어서 반론을 제기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꾸어낼만한 대안은 중국자본을 강제하여 투자를 이끌어내고 생산을 확대하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이끌어낼 만한 실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기에 이를 이유로 상급단체와 더불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면 일정한 성과를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구조조정이 끝난이후 남겨진 조합원들의 몫일 뿐이지 당장에 닥쳐올 인력구조조정을 막아내기에는 늦은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쌍용자동차의 현 집행부와 상급단체인 금속연맹, 그리고 민주노총에 현실적인 선택을 주문합니다.
우선 노동조합의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하여 연맹에서 책임있는 간부들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에 파견하여 더이상 상황이 악화되는것을 막아야 합니다.
현 집행부는 선거국면이 빨리 진행될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관련 규약을
개정해서라도 선거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새 집행부가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하거나 계획중인 파업은 중단하여야 합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벌이는 파업, 그런데 한심하게도 옥쇄파업까지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파업은 파급 효과도 별 의미도 없어보일 뿐 아니라 현 집행부의 '깽판'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조합원 피해만 가중될 뿐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은 현 구조조정과 관련한 싸움을 책임지고 마무리지을 아무런 권한도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산과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계획정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파업은 오히려 회사에게는 구조조정을 확대하게 만들어 주는 빌미가 될뿐 아무런 타격도 아닙니다.
다만 현 집행부가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선거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눈앞으로 닥쳐온 정리해고에 대하여 상급단체와 더불어 구조조정을 막아내거나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면 사측의 앞잡이라 할수 있을지 몰라도 강제 정리해고가 단행되기 전에 저는 현 집행부가 연맹과 더불어 회사와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화를 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들 단독으로 협상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연맹과 함께 협상테이블에 나서기 바랍니다. 그것은 야합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리해고를 인정해주라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미 상당수의 조합원과 관리직이 '절망퇴직'에 싸인을하고 정든일터를 떠나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규모는 늘어날 것이 자명합니다.
톡 까놓고 말해서 차라리 인력구조조정이 염연한 현실이라면, 다른 일을 준비라도 할수 있게 퇴직위로금이라도 확대하여 그나마 다른일을 할수 있는 기회라도 가질수 있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장정서 입니다.
연맹도 마찬가지 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이 현실을 막아낼 자신이있으면 강고한 전국적 투쟁을 조직하여 매각의 책임이 있는 우리정부와 중국자본에게 타격을 가하고 이싸움을 독려하고 조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질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조조정 상황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느누구도 책임져 주지 못합니다. 안타까운것은 어느 한 상황에 매몰되어 다양한 생각을 못하는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은 협의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희망퇴직의 조건을(퇴직위로금) 새로 조정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하여 순환휴무와 임금의 현수준 유지, 그리고 자녀학자금등과 같은 중요한 복지제도를 제외한 부분의 일정기간 축소등은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현장조합원들은 얼마든지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또한 '정년단축'이라든지 '임금피크제'도입등을 통하여도 얼마든지 현 상황을 타개하고 협상을 통해 극복할 대안들이 있슴에도 어느누구도 나서서 말하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보고만 있으니 안타깝고 가슴아플 뿐입니다. 망가지고 찢겨지고 난 이후에 조직력을 이야기하고 투쟁을 이야기 해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주장은 개인적인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우리 현실을 놓고 기도하러 교회에 갑니다.
경영진이나 노동조합이나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혹자는 웃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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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절망퇴직'님이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