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기수(50·가명)씨는 지난달 중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당하게 적용된 건강보험급여 1980만원을 환수하겠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공단의 갑작스러운 통보가 어이가 없는데다,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5일 오전,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5일 동안 점거농성을 하던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에 경찰이 대거 투입됐다. 당시 조립3공장 옥상에 있던 김씨는 “곤봉과 방패를 든 경찰들에 쫓기다 옥상에서 떨어진 뒤 의식을 잃었다”며 “눈을 떠보니 병원 응급실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m 높이의 옥상에서 떨어져 척추와 다리가 부러졌다. 그날 경찰은 닥치는 대로 노동자들을 폭행했고, 100명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이미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조합원들을 폭행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년 동안 수술과 입원, 정신과 치료를 반복했고, 지금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비로 4000만원가량이 들어갔고, 이 가운데 1980만원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김씨는 “22년 다닌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된데다 몸이 아파 일을 구할 수 없어 먹고살기도 힘든데 건강보험급여까지 내놓으라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경찰 진압 당시 김씨와 함께 조립3공장 옥상에 있던 박문호(41·가명)씨도 최근 “건강보험급여 410만원을 환수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박씨는 경찰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채 곤봉과 방패로 폭행을 당해 90일 동안 입원했다. 박씨는 “직장생활 15년 동안 꼬박꼬박 건강보험료를 냈다”며 “경찰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다친 것도 억울한데 보험 적용이 안 된다니 이게 무슨 사회보험이냐”고 반문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공단은 경찰의 폭행 등으로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쌍용차 해고자 4명에게 모두 3000만원의 건강보험급여를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단은 이들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할 때는 급여를 제한한다’는 조항에 해당돼 건강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공단 관계자는 “이들이 불법 점거 농성이라는 것을 알고 참여했기 때문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속노조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상해가 행위자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주된 원인이 돼야 급여를 제한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쌍용차 조합원들이 입은 상해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작전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만큼 ‘불법 점거’만을 이유로 급여를 환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곽정숙 의원도 “공단이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민들의 기본권인 치료받을 권리마저 제약하고 있다”며 “사회보험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3755
188
154
노동조합
‘쌍용차 진압’ 부상 해고자 건보급여까지 뺏는 나라
김소연 기자 
기사수정 : 2010-09-17 오전 09:30:16 
‘공정사회’ 짓밟는 쌍용 노동자 건강보험급여 환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