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때늦은 쌍용차 `먹튀`논란
"인수ㆍ합병 시장에서 `먹튀`란 말이 있나. 그럼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모든 재무적 투자자는 먹튀라고 불러야겠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금융 전문가에게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와 `먹튀` 논란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냉소가 되돌아왔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쌍용자동차를 포함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의 처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 쌍용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생겼겠나. 구조조정의 칼은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엔 냉정하게 가해지는 게 맞다."
물론 쌍용자동차는 소중한 우리 기업이고,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인 상하이자동차가 기술 유출을 시도한 정황도 직ㆍ간접적으로 많이 제기된 게 사실이다. 2005년 쌍용차를 매각할 당시 좀 더 기술 유출에 대한 대비나 예비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5년 1월 상하이차가 쌍용을 인수할 때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2005년 11월 소진관 쌍용차 전 사장이 상하이차와의 갈등으로 물러나고서야 `기술 유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와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게 아니라,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 고칠 생각을 상당 기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술 유출을 이유로 노조가 상하이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승산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노조 등 소송 당사자가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관련 법규정 도입이 작년에야 온전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시장 경쟁이 어려운 기업엔 같은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 대주주가 중국 회사라고 이 사실이 달라져선 안 된다. 정부가 우리 기업의 기술 유출을 걱정했다면 이런 부분도 미리 대비해 놓았어야 한다.
[경제부 = 김태근 기자 tg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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