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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6 23:0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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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 동지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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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온
동지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설립 이후 지난 2년 4개월여 동안 충북지역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해 왔습니다. 지역과 전국에서 연인원 2만 9천여명이 연대 투쟁의 팔뚝질과 함께 하청지회 승리를 외쳤습니다. 조직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쳐 충북지역 연대총파업 투쟁을 단행하는 등 투쟁 마무리시점까지 충북지역 전체 조합원의 3/4에 해당하는 1만 5천 6백여명이 집회투쟁에 함께하는 등 연대투쟁의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2005년 노동절 집회에서는 주유소를 배수진 삼아 점거하고 쇠파이프와 신나로 무장한 채 격렬한 저항을 하는 등 거대 자본에 맞서 매번 대규모 집회 때마다 물러섬 없는 전투가 치러졌습니다. 한 동지가 투쟁 과정에서 시력(視力)을 잃는 등 많은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마음을 모아 공식모금해 전달한 생계비 지원금만 2억 3천여만원에 달합니다.
전국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작은 규모의 민주노총 지역본부지만 최선을 다해 하청지회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고용유연화 흐름을 되돌리기엔 지역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완강하기 그지없는 거대자본 앞에서 지역의 투쟁만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자명했습니다. 치열하고 치열하게 투쟁했지만, 자본의 힘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거대 자본을 비호하는 정권의 탄압도 거셌습니다. 2년 4개월간의 투쟁 기간 동안 13명의 동지들이 구속되고, 225명의 동지들이 사법처리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재판의 총 형량이 다음 세기를 맞을 수 있는 100여년에 육박하는 등 전무후무한 형량이 선고되었습니다.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벌금도 1억 2천만원이 넘습니다.
우리 내부의 한계도 극명했습니다. 2년이 넘는 투쟁 동안 3차례의 지역연대 총파업 투쟁과 숱한 총력투쟁 속에 연대투쟁의 동력이 점점 줄어들어 갔습니다. 끈임없이 지역연대 투쟁을 조직했지만, 조직의 피로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장기화 된 투쟁에 생계 문제에 맞닥뜨린 지회 내부의 조직력도 약화되어 갔습니다.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뛰어넘어 지역연대 투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느슨해진 지역연대의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끝내 원직복직을 쟁취하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원직복직이 아닌 위로금 지급으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투쟁을 마무리 한 점에 대해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투쟁의 3주체 중 한 단위로 전국의 투쟁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금속노조 위원장실에서 비정규직 노조 동지들이 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저희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혹여 어쩔수 없었던 이번 합의가 아직도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투쟁에 질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지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이번 합의안 사후추인에 대해 전국의 모든 동지들의 냉정한 평가와 신랄한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계시는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의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결코 한 지역의 역량과 지역총파업 투쟁만으로는 쟁취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전국의 모든 동지들이 투쟁의 힘을 모으고 비정규직 철폐 전국 투쟁전선을 만들 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차분차분 준비해서 일거에 투쟁에 승리를 이끌수 없음도 깨달았습니다. 핵심 투쟁 사업장을 중심으로 전국투쟁을 만들고 이 힘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의 승리를 만들어가는 ‘전국 총력 도미노 투쟁’만이 승리를 한 걸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판단합니다. 지역의 집중된 투쟁이 다시 전국전선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투쟁의 교훈일 것입니다. 이번 합의안 추인을 반면교사로 삼고 투쟁전선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이번 하청지회 투쟁의 마무리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번 투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투쟁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다시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앞으로도 전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드립니다.
다시 한번 하청지회 투쟁의 한 주체로써 고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투쟁을 마무리하게 된 점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함께 연대해 주신 모든 동지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2007. 5. 4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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