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기를 어떻게 들어가. 난 못해...
2001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의 일이다. 현 서울시당 정종권위원장이 후보로 츨마했다. 그 때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잘 모를 때였다. 구로3동과 4동을 주무대로 선거운동을 하기로 시작했는데...
참으로, 난감 그자체였다. 민주노동당을 들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할 때는 “민주노총 아시죠? 민주노총이 만든 당이 민주노동당이에요. 노동자 서민을 위해 만든 정당입니다”하면 사람들이 고개를 반은 갸우뚱하며 알 듯 모를 듯 인상을 지었다.
후보소개는 나중문제. 당 부터 이해를 시켜야 하니, 거리에서 한명을 붙잡아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동네의 상가를 들어가기로 작정을 했다. 그런데, 가슴이 너무 떨리는 거다.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준비된 것도 없고, 나역시,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니..
솔직히, "나보고 무슨 말을 하라는 거냐?" 라는 막막한 심정이었다.
지금 중앙위원 후보로 출마한 유선희 당원이 동네 상가를 들어가서 10분을 이야기 하고 나오는 데 그렇게 부러울 수 가 없었다. 겨우 용기를 내서 상가를 들어갔고, 아줌마 한 분이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신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올 때 들은 한마디 “미안해 총각, 난, 한나라당인데!.”
그러면 처음부터 이야기 하고, 듣지나 말 것이지...크게 마음먹고 시작한 첫 상가방문이 머쓱해졌다.
이후에도 그 아주머니를 계속 찾아뵙고 인사도 하며 꾸준히 민주노동당 이야기를 드렸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우호적인 분이 되었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가면 결국,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라는 확신을 다시한번 하게 된 일이었다.
2. 춤추는 것처럼 곤욕스러운 것은 없으니..
2002년 권영길 후보가 출마한 대선 때의 이야기다. 중앙당에서 중앙유세단을 구성했고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다.
결혼하고 채 3개월도 안 되었는데 생이별을 해야 한다니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하지만,그 전에 가르치던 파랑새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어른 거린다. 그래, 그 아이들에게 언제까지나 웃음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하루라도 빨리 집권 하도록 전심전력을 다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아닐까? 라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나는 유세단에서 후보 비서정도의 역할을 할 줄 알았다. 없는 돈에 양복까지 맞춰 입고, 사람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참여한 만큼 조금은 중요한 역할을 시켜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내심 해보았다.
그런데, 실상은......
율동을 하라고 한다. 내가 율동을 한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아득하다..... 당혹스럽고,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경상도에 와 버렸다. 서울의 지구당에서 처음 온 사람이라고 반색을 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이었다. 요새 웃찾사에서 나오는 말처럼 “이건 아니잖아. 딱 그말이다.”
부산 지하철에서 중앙당 간부들이 지하철 유세하는 게 어찌나 부러운지..
"나도 그거 잘하는 데...." 이말을 몇번이고 속으로 곱씹어야 했다.
이틀간 온갖 핀잔을 들으며 율동을 배웠다. “구로동에 있으면 편하게(?) 연설하며 다닐텐데” 라는 억울함까지 더했으니 율동이 배워질리 없다. 결국 나는 처음의 마음처럼 권영길 후보와 조금 더 가까이 있는 유세단으로 갔다. 하지만, 거기서도 율동은 해야 했으니.. 그 이후로 왠만하면 율동을 하지 않는다.
당일꾼은 모든일에 정통하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 주민을 만나면 어울려 춤추고 노래도 해야 하며, 정부정책과 당정책도 환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신용회복,파산, 노동과 관련한 법 지식도 필요하다. 그 뿐이랴. 회계 및 문서편집은 기본이다.
2002년 대선은, 당일꾼으로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당의 요구를 기준으로 채워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다.
3. 눈물의 삭발식
당활동을 하면서 단식을 하고, 수차례 연행도 당해보고, 전경들한테 죽지 않을만큼 맞기도 하였다, 면식도 없는 주민들 집에 무작정 찾아가는 호별방문 까지도 해봤지만 한번도 안해 본 것이 바로 삭발이었다.
당이 원내진출을 하면서 겨울 정기국회과 함께 투쟁일정이 배치된다. 예전처럼 겨울은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로 보내기 보다, 12월의 대부분을 매선운 칼바람 부는 여의도에 있게 되었다.
2004년 겨울,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삭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몇 명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100여명은 되지 않았을까? 한상렬 목사님과, 오종렬 전국연합 의장님이 첫 시작을 하셨다. 하지만, 눈물은 커녕 오히려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바리깡 몇 번 왔다갔다 하니까, 끝나버린 삭발. 그리고, 삭발 전과 후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 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자를 머리가 없었으니..
당의 여성동지들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비로소, 눈물이 흐른다.
삼단처럼 곱고 긴, 몇 년을 길러온 머리카락이 뭉탱이로 잘려 나가는 것을 보니 그냥 나도 모르게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며칠 후, 유선희 중앙위원 후보의 외동딸 진솔이가 엄마의 삭발한 머리를 보고 한참을 울었다고 들었을 때, "당사자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져려왔다.
삭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르고 나면 시원,섭섭하다. 시작 할 때는 괜히 두근거리기도 하고, 동네는 어떻게 돌아다닐까 부터 , 처가댁은 다갔네.. 라는 여러 가지 걱정이 든다. 괜히 잠깐씩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삭발과 단식을 하며 투쟁한 국가보안법철폐!
여러가지 의견과 무수한 비판도 있었지만, 그 당시처럼 전국적으로 치열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민중과 함께하는 당활동의 길에서 감동적인 기억이다. 지금은 한미fta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단이 단식을 하며 매서운 날씨에 투쟁을 한다. 그 마음 가슴으로 받아안고 함께 해야 겠다는 각오를 새록새록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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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국의 정책 이야기]2탄:내가 경험한 민주노동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