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 대한 10문 10답>
1. 북한에서는 이번 핵실험에 대해‘자위적 전쟁억제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 언론에서는‘핵도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도발인가요, 자위적 전쟁억제력인가요?
북한은 핵실험을 예고하던 10월 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국가의 최고 리익과 안전이 엄중히 침해당하고 우리 민족의 생사존망을 판가리하는 준엄한 정세가 조성”되었고, “극한점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 하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태발전을 수수방관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핵실험 이후인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반도의 비핵화실현의지에는 여전히 변함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을 요약하면, 핵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며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는 미국의 선제공격에서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한반도 전체에 대한 비핵화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목하였고, 2003년 3월에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하였습니다. 개전 두 달 여 만에 이라크 정권은 붕괴하였고 사담 후세인은 미군에 체포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의 명분에 대해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91년 걸프전 이후 10여 년 동안 후세인은 선의를 기대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부당한 요구를 모두 수용하였습니다. 미국의 사찰단은 대통령궁의 침실까지 마음껏 들여다보며 선제 공격을 위한 충분한 사전정보를 획득(실제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개전 이전에 이미 승률을 파악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라크는 미국의 요구를 따랐지만 돌아온 것은 전쟁이었습니다. 굴복했지만 전쟁은 일어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면서 대량살상무기가 없으면 미국의 침공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평화는 구걸로 얻을 수 없으며 미국과 대등한 또는 미국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할 때 평화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주먹이 약하면 그 주먹으로 눈물을 닦아야 한다’는 말은 국방력 강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현재 적용되는 국제사회 힘의 법칙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북한이 미국의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가지만, 오히려 이를 체제 결속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요? 정말 미국이 북한을 침공해서 전쟁이 날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냉전 시대는 차치하고서, 냉전 해체 이후 안타깝게도 한반도에는 여러 차례 전쟁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1994년 6월 미국은 북한과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해 공중폭격 등 무력제재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1994년 6월 전쟁 직전 상황에 대하여 이렇게 회고하였습니다. “하루는 보고를 받으니 내일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철수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 직전에 취하는 조처다. 남북에서 천만 명에서 2천만명이 죽을 것이다. 그날 저녁 클린턴하고 32분간 통화했는데 대판 싸웠다”(1999. 5. 24. 한겨레신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박관용 국회의장은 <월간조선> 2003년 2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뒤늦게 낌새를 안 김영삼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전쟁은 안 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전쟁에 대비한 병력 증파를 논의하는데 우리는 그걸 까맣게 몰랐다. (‘전쟁을 치르려면 한-미 연합사 차원의 대비도 필요했을 텐데’란 기자 질문에) 군사 행동을 하기 직전에는 알려줬겠지. 98년 9월 워싱턴에 갔다가 94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멤버였던 대니얼 포네먼 핵비확산 담당 특별보좌관으로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통고, 군사력 결집, 한국주재 미국인 피난 등의 사전조처들이 북한에 사전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바로 공격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경악을 넘어서 ‘우리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고 있었구나’하는 허탈감을 느꼈다.”
이 인터뷰에서 박관용은 “가정이지만 미국이 군사행동 개시를 한국에 통보했으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했을까”란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쟁 못한다고 펄펄 뛰는거지 무슨 수가 있겠는가. 실제 김영삼 대통령이 그랬고”라고 대답했습니다. 국가안보와 관련해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경악을 넘어 허탈감을 느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2001년 6월 제주도 평화포럼에 참석한 1994년 당시 미국방장관 페리는 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승리하겠지만 한국군, 미군, 한국 국민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 주한미군을 수 만 명 증원하는 계획을 입안했고, 주한 미대사관에 민간인 철수 계획을 준비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전쟁 개시를 승인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우리는 … 김일성의 전언을 받아 협상에 나선 것이다.”(중앙일보 2001. 6. 17.)
강정구 교수의 “미국을 알기나 하나요”라는 책에 따르면, 이런 전쟁 위기가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8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번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1991~92년 120일 전투시나리오와 이종구 국방장관의 ‘엔테베 작전’ 언급 당시 위기, 1994년 6월 전쟁 직전까지 갔던 영변 핵위기, 엉터리 미국의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단정짓고 모의 핵폭탄 BDU-38로 핵전쟁 실전연습까지 벌였던 1998~99년 금창리 핵위기, 1998년 여름 대포동 미사일(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발발한 1998~99년 미사일 위기, 휴전 이후 최초의 정규군 무력 충돌이었던 1999년 1차 서해교전, 2002년 부시의 ‘악의 축’ 전쟁 위협, 2002년 2차 서해교전, 2003~05년 전쟁 위기. 이 가운데 미국이 전쟁 위기를 주도한 것은 서해교전을 빼고 여섯 번이나 됩니다.
미국은 1958년부터 북한을 겨냥한 핵무기를 배치하였고, 1976년부터 매년 2회 북한을 대상으로 핵전쟁훈련을 진행하였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매년 두 차례씩 준전시상태에 돌입하게 되는 대단히 위협적인 행위였습니다. 북한을 겨냥한 전쟁훈련은 계속 강화되어 해마다 3월이면 미국의 전투부대를 한반도에 대량 배치하는 전시증원훈련(RSOI), 8월에는 한국군 동원과 핵공격 작전 시스템을 점검하는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10월에는 1천회 이상의 공중폭격 훈련과 원자력 잠수함작전 등을 포함하는 독수리 훈련(Foal Eagle)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2006년 상반기에 진행된 용감한 방패 훈련 (Valiant Shield)의 예를 보겠습니다.
이 훈련은 태평양의 괌 인근 해상에서 5일 간 진행되었습니다. 미 해군 소속 에이브러햄 링컨, 키티 호크,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과 B-2폭격기(스텔스)를 포함한 공군의 전투기 편대 참가하였습니다. 3개의 항공모함 전단, 소속 함정 28척, 항공기 275대, 병력 2만 2000명이 동원된 이 훈련은 최근 10년간 태평양에서 실시된 군사훈련 중 최대 규모입니다. 게다가 훈련 당시 실제 북한 해역에 유도미사일이 장착된 순양함 2척을 파견하는 등 실전수준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요즘 수구세력들이 안보 불감증을 이야기하는데, 진짜 문제인 것은 미국에 의해 주도된 전쟁 위기에 대한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북한은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이 핵실험 또한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라고 주장하지만 유엔에서는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핵실험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을 제재하는 것은 국제법상 정당한 조치인가요?
핵에 대하여 미국과 UN은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은 “북한의 핵정책은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다(North Korea's nuclear policy is not irrational at all)”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핵보유국들의 이중 잣대를 꼬집었습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은 서구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일 뿐’이며 ‘이번 사건 다자간 군비축소라는 검증된 체제로 복귀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고 북한의 정책은 미치기는커녕 매우 이성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조지 부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빌 클린턴 시절 합의된 석유공급을 중단했고 악의 축이라고 지칭한 정권에 대해서 이라크에서처럼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바 있다. 공산정권은 지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미국 정부에 맞서 북한은 억지력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배경에는 냉전이 끝난 이후 핵보유국들이 보여준 이중 잣대가 있습니다. 자기들과 동맹국들은 핵무기에 매달리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는 핵무기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 행태입니다.
실제로 핵보유국 중 핵실험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무려 1,030회 이상의 핵실험을 진행했지만 단 한 번도 유엔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NPT(핵확산금지조약) 비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후 유엔 결의안 상정 등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핵탄두는 27,000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핵무기 개수만 해도 7,5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10여 개는 불법이고 미국의 핵무기 1만 여개는 합법이라는 기준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북한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북한은 NPT 가입국이 아니며 그에 따른 어떤 규정도 지킬 의무가 없는 상황입니다.
1993년 3월 12일, 북한은 미국이 영변 핵사찰 대신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훈련을 재개하자 NPT 탈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는 핵보유국의 핵군축 의무가 명기되어 있지 않고 비핵보유국의 핵활동에 대한 사찰이 자주권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비핵보유국의 안전보장이 불확실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약의 내용을 앞세워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인 핵사찰을 강요하자 북한은 NPT를 탈퇴하는 것으로 대답했습니다.
NPT 10조 1항에 의하면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당사국과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 조항에 의거, 미국의 핵사찰 압력이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NPT 탈퇴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했습니다.
이후 유예기간인 90일이 이미 흘렀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 공식적으로 NPT 비가입국의 지위에 있으며 북한의 핵실험은 NPT에 의해 규제받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유엔헌장 7장에 따르면,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또는 침략행위의 존재를 결정”하고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유지, 회복하기 위해 권고 또는 41조 42조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기 전인 10월 3일, 이미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할 것”이며 “미국의 핵전쟁위협에 투명한 대응과정을 거쳐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며 어떤 경우의 핵위협, 핵이전도 철저히 불허할 것”이라고 못 박아 예기했습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진행된 북한의 핵실험이 과연 유엔헌장 7조에 명시된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또는 침략행위”일까요? 실제 침략행위가 일어나지도 않은 조건에서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마음대로 해석한 후 제재를 취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
4.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미국이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명분만 안겨준 것 아닌가요?
북한은 세계 9번째의 핵무기 보유국가가 되었는데, 그동안 핵무기 개발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1945년 미국의 원폭투하, 소련(1949년), 영국(1952년), 프랑스(1960년), 중국(1964년)이 핵실험에 나선 이후 냉전 시대에는 어느 일방이 타방을 공격할 수 없는 핵억지력 위에 집단적 안보 균형을 취하였습니다.
미, 소를 중심으로 하여 다른 동맹국들은 양대 진영의 핵우산에 들어감으로써 침략을 당하지 않고, 전쟁을 부르지 않는 공존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비핵국가에 대한 핵확산 금지조약(NPT)은 이들 5개국가 중심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여 여타 국가에 대해서는 핵개발과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협약입니다. 앞서 핵실험을 했던 5개 국가는 모두 오늘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일이죠? 핵실험을 한 나라들이 모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는 현실이!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미국은 중국 대륙에서 쫒겨난 대만을 냉전의 한축으로 2개의 중국을 유지하고 싶어 했으나, 중국이 핵강국으로 부상하자 ‘전쟁범죄자’라고 악명을 뒤집어 씌웠던 모택동에게 달려갔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전제 앞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2차대전 후 분리 독립의 과정에서 서로를 적대시하였고, 인도는 1974년, 파키스탄은 1988년에 핵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NPT(핵확산금지조약)가 인정하지 않는 이들 핵무기 보유국을 미국이 적수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인도가 사전 경고도 없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는데 미국이 ‘평화 유지에 도움을 주는 무기’라고 규정한 적도 있습니다. 1979년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이 된 이스라엘은 늘상 아랍 국가와 전쟁을 벌이지만, 이스라엘의 주변국 침공에 대해 평화를 위협하는 적으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 어떤 결의한 적도 없습니다.
미국의 전임 레이건대통령은 미소 대결에서 구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공격하면서 막대한 군사예산을 썼지만(STAR WARS), “악의 제국”은 수차례 전략무기제한협상에서 대화의 상대방이었고, 중국이 핵 강국이 되자 주은래의 평화 5원칙에 따라 상대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상호 불가침의 기초 위에서 착한 이웃으로서 교류하자는 약속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공존하는 관계 정상화를 이룬 것을 볼 때, 안타깝게도 핵을 가질 때 평화적 대화가 오고갔다는 것이 국제 외교의 역사였습니다.
5. 미국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조 지폐, 마약 밀수, 인권 등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있는 것들은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2005년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 북미관계 개선을 합의한 4차 6자 회담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미국은 합의를 이행할 대신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실시하는 등 관계를 악화시키는 데로 몰아가며 회담의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있다며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뱅크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키는 등 금융제재를 실시하였습니다. 물론 이렇다할만한 증거는 없었습니다.
미국의 위조 지폐 주장에 대해서 북한은 위조지폐를 제작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혹시라도 북한의 무역거래에 위조지폐가 포함된다면 북한도 피해자이므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위해 북미 비상설협의체를 만들자”고 미국에 제의했습니다. 또 미국 스스로 신뢰할 수 있도록 “미국 쪽에 북한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까지 하면서 금융제재를 풀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대화 요구를 거부하며 금융제재를 계속하였고 이로 인해 관계개선을 위한 6자 회담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인권 문제, 마약 문제 등 북한을 소위 불량국가, 악의 축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미국의 행위는 계속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정보기관이 사람을 매수하여 북한을 모략하는 자료를 조작하려는 행위가 폭로된 적도 있습니다. 2006년 4월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을 모함하는 조작된 자료를 얼마든지 만들어내도 미국, 일본, 한국, 유럽에서는 진실확인이 어렵고 설사 자료가 후에 허위로 드러난다고 해도 악선전은 이미 퍼진 상태가 되므로 손해 볼 게 없다’, ‘북한을 마약국가로 몰려고 하는데 명백한 증거가 없다. 증거를 생동하게 만들어내기만 하면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 ‘약간이라도 비슷하면 가공하여 편집해서라도 자료를 만들겠다. 정 안되면 아무 곳에 있는 제약공장이라도 찍어 와라. 편집하여 사용하면 된다’는 말을 하며 거액의 보수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또한 2003년 미국이 마약 밀수선으로 지목한 북한 선박 봉수호 사건은 결국 북한 선원 전원의 무죄 석방으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계속 테러 지원 국가, 마약 밀수, 위조 지폐 등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면서 공격하고 있으나, 북한이 다른 나라에 테러를 지원했다고나 마약, 위조 지폐를 제작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6. 북한은 계속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계속 고수하겠다고 하는 한 미국의 북한 고립 정책은 필연적인 것 아닌가요?
잘 아는 바와 같이 미국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가치관의 출발점인 ‘자유민주주의’는 소수의 견해도 진리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의 원칙과 서로 다른 것을 용인하고 강요하지 않는 다는 다양성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성조기를 불태워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만, 한국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는 씁쓸한 현실이 알려주듯이,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산당을 결성해도 합법적입니다.
그런데 부시를 비롯해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특히 외교관계에서 뒤집고 있습니다. 후르시쵸프와 체제 우월논쟁을 벌였던 반공주의자 닉슨도 중국과 수교를 할 때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죽의 장막’을 비난한 적도 없습니다.
공산정권이 진정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던 미국 정부의 어떠한 선임 대통령들도 당사자와의 직접 대화와 협상을 피해간 적이 없습니다. 트루만도, 아이젠하워도, 케네디도, 닉슨도, 레이건도, 클린턴도 공산정권을 모두 싫어했지만, 상대방의 목을 졸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 무지한 네오콘들은 아니었다.
현재 미국의 외교 방식은 북한이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라, 침탈과 패권주의를 미화하는 부시와 네오콘의 교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아주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래의 목소리를 들어봅시다.
“대북정책에서 북한을 악의 국가로 분류하면서 강압적인 압박정책을 펴온 미국의 실패가 핵실험을 불러왔다.”
- 10월 9일 워싱턴포스트-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하면서 이 같은 위기가 비롯됐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전을 보장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실마리를 풀 수 있다”
-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
“북핵 위기 상황은 미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했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였다”
-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
7.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했는데, 이유가 어찌되었건 북한의 핵실험은 6자 회담 결정을 어긴 것이고, 핵무기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가져서는 안 될 무기 아닌가요?
북한의 핵실험을 두고 ‘북한이 비핵화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입장과 ‘미국에 의해 이미 비핵화 원칙이 무시되었다’라는 입장이 나뉘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미를 기본으로 6자가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마디로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며 다시 말해 한반도와 그 주변의 모든 핵무기, 핵계획, 핵위협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미국의 핵도 포함됩니다.
비핵화의 본질에 대한 북미간의 인식 차이는 아주 극명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원인으로 보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가중되는 미국의 핵위협을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평화적 핵활동을 포함한 북한의 모든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 프로그램 포기는 물론 한반도 전역에서 모든 핵무기를 철거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비핵지대화’입니다. 이 주장은 1992년 2월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이 선언에는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의 핵활동 포기 주장, 즉 평화적 목적도 포기하라는 주장은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에도 위배되는 부당한 조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영토 뿐 아니라 영공, 영해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및 주한미군 기지에 핵무기가 없어야 하고 주한미군이 보유한 시설 중 핵 의심시설에 대한 사찰이 가능하며 미국의 핵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 외부로부터의 핵무기 반임 금지, 그리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에 배치된 핵무기가 없다고 확인했으며 북한에 대한 핵공격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미국의 유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서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고 주장하지만 태평양 주변에 북한을 향한 핵무기는 여전히 위험한 수준으로 배치되어 있다”며 “이를 제거해야 북미 간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현실에서 실제 느끼는 미국의 핵전쟁위협이 존재하는 한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연합뉴스 10월 10일자기사에 따르면 북한의 한 관리는 “미국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전상태인 상대에게 무기를 버리라는 얘기”라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할까요? 최선책은 바로 비핵화를 방해하는 원인을 없애는 것입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평화협정에 나서야 하며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연습을 중단하고 미국 핵무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극동 최대의 핵기지를 철거해야 합니다. 북한 역시도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이제부터라도 북한과 미국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이뤄야합니다.
8.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햇볕정책이 핵실험을 불렀다”며 PSI에 동참할 것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왜 이러한 주장을 하며 이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연일 매우 위험한 주장을 쏟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로 한나라당이 날개를 달았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입니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일관된 정책 기조인 “친미반북”을 외치며 노무현 정부를 강력하게 공격해 나서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 1718호에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명시함에 따라 미국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확대 참여 요구가 높아질 것이 전망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PSI 적극 참가를 주장하고 있어 열린우리당에게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실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PSI에 적극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주해협뿐만 아니라 일본과 공조하여 대한해협을 봉쇄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백년 숙적인 일본과 손을 잡고 같은 민족인 북한의 목을 조르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입니다. 정전상태인데다가 해상분계선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한반도의 현 상황에서 일본, 미국과의 공조 하에 대한해협까지 포함한 영해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검색을 실시한다는 것은 전쟁을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지난 기간 PSI는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북한 측의 강력한 반발을 우려하여 한국은 참가를 유보하고 있었습니다. 현 상황에서 한국이 PSI에 참가하게 되면 미국, 일본과 손을 잡고 북을 침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화약을 안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무모한 전쟁 선동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북한 핵도발 규탄대회’를 진행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와 ‘포용정책 중단’을 촉구하였습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일단 중지하는 게 유엔 안보리 결정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남북교류를 중단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포용정책 반대 주장이 더 높아진 것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이미 여러 차례 6.15공동선언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왔고 사사건건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미국 내에서조차 현 상황을 초래한 부시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 심각한 비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건 전혀 논리에 맞지 않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제재 방침을 비판했으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크리스토퍼 힐의 방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연일 언론에서는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를 떠들고 있고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무조건적인 친미로 일관하면서 부시 정부의 전쟁정책에 동조해 나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친 친미행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북 핵실험 정국을 이용해 안보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 밑천 잡고 대선을 맞이하자는 속셈인 듯합니다. 한나라당은 현 사태의 원인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 대미정책의 실패라며 현 정부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몇몇 친미보수 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적대통령’, ‘간첩’이라고 명명하고 ‘노무현 정권 퇴진 1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보수세력들의 주장은 미국의 입장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여, 대북경협 중단, 제주해협 북한선박 규제 등 어느 것 하나 미국의 이익과 의도에 벗어난 것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삼아 정권 재집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한나라당과 친미보수 세력의 주장은 한반도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한나라당과 친미보수세력은 자신의 정치권력과 7천만 민족의 생명을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전쟁을 부추기는 대북제재 동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더 이상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이 땅에 전쟁이 나면 한나라당도 참화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공조 하에 전체 민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정책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한나라당 자신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9. 미국의 요구에 따른 강도높은 유엔 대북결의안이 채택되자 북한은 정전협정 위반이며 선전포고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미대결이 전쟁전야로 치닫고 있는 현 정국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한국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고 포용정책에 한계가 달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9일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불안을 야기하고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수도 있는 위험한 불장난”이라며 “포용정책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유효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거세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고 한국 정부도 이 마당에서 포용정책 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자 이에 대한 실행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하기 위한 검토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에는 직접적인 군사적 행동조치는 제외되었지만 사실상 그 외의 가능한 모든 제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 ‘무기금수’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해상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게다가 더욱 강력한 추가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으로 인해 추후 직접적 군사적 제재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듯 유엔 대북제재안의 내용과 수위가 매우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것을 막을 생각 대신 동조해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위험합니다. 이미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후 대북관련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지원 중단 조치를 취했던 경험이 있는 정부는 이제 포용정책의 기조 자체를 유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북교류를 확대하고 평화통일 기반을 넓힌다는 것이 취지이며 그 결실로 6.15 공동선언이 탄생했습니다. 포용정책이 그동안 거둔 남북경협과 교류 확대의 성과는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포용정책은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의 지평을 염두에 둔 것이며 지금에 와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은 결국 반북대결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입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비롯한 대북경협사업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은 무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외교부 관계자는 “통일부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지속 방침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두 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의 사용처를 의심하는 미국과 각을 세우겠다는 것”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남북해운합의서를 통해 영해를 통과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PSI에 정식 참여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남과 북의 대화 창구를 완전히 막겠다는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담보하는 6.15남북공동선언이 파탄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PSI에 참여한다는 것은 북한에서 발표한 ‘제재는 곧 전쟁’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공식적으로 북한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는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지난 시기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측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서해상에서의 분계선을 남과 북이 합의하에 재조정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해상 분계선 문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반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정부가 의도 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전시작전지휘권한이 미국에게 있는 이상 서해상에서의 해상봉쇄는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북한은 이와 더불어 PSI 훈련의 일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지와 불참을 한국정부에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미국의 전쟁전략에서 한국은 빠지라는 의도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 두 가지 제안을 모두 거부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의 심각한 교훈을 보여줍니다.
한국정부는 지금 전쟁과 평화를 넘나드는 곡예를 하고 있습니다.
PSI에 참여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제재를 요구하고, 한편으로 대북사업에서는 대화의 고리를 완전히 놓치는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정부의 역할은 결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 또한 명확합니다.
향후 한국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국 중 4개국과 긴밀한 협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입니다.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남과 북의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북한을 배제하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남북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미국의 전쟁계획의 일환인 PSI 참여를 거부해야 합니다. 전쟁계획에 참여하면서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10.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전쟁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북한 핵실험 직후 여러 언론사와 연구소들이 여론조사를 하여 발표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상황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주요 결과들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여러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북한이 주변국가 때문에 체제 위협을 받아서(50%)’ 핵실험을 했으며 체제 위협은 ‘미국(85.7%)’이 하고 있다(사회동향연구소 조사)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핵실험의 목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카드(72.1%)’를 꼽고 있으며(MBC 코리아리서치 조사), ‘경제적 지원(34.8%)’이나 ‘자주, 자력으로 체제 고수(23.3%)’(사회동향연구소 조사)를 꼽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는 ‘미국’이 모든 조사에서 1위로 지목됐습니다. (SBS 여론조사 : 38.1%, 리서치플러스 조사 : 44.3%)
다음으로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북미간 직접 대화(30.3%)’나 ‘6자회담에서 해결(28.5%)’(MBC 코리아리서치 조사)을 많이 꼽고 있으며, 정부가 할 일도 ‘남북공조를 통한 민족대화(55.1%, 사회동향연구소)’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에 반해 ‘국제 제재 강화, 동참 주장’은 ‘대화 요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 밖에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의 선제공격 결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선제공격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74.9%, 사회동향연구소)’고 대부분 생각하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42.3%, MBC 코리아리서치)’는 생각이 ‘전면 중단(27.2%)’이나 ‘점차 축소(26.7%)’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북한 체제에 대해서도 ‘현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67.1%, CBS 라디오)’는 주장이 ‘붕괴할 가능성 있다(14.3%)’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습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0.4%(사회동향연구소), 4.5%(MBC 코리아리서치)’등 극히 낮은 수치로 ‘기우’임이 확인됐습니다.
종합해보자면 북한은 명백하게 미국을 대상으로 핵실험을 했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미국에게 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현재 여론의 동향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반해 일부 언론들은 사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주장하며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여론까지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진실을 밝히고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는 언론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좌우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의 호들갑과 다르게 국민들은 나름대로 사태의 본질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뜻있는 사람은 그 누구의 힘이 아니라 우리 한국 국민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한다는 각오를 갖고 열심히 정세의 진실을 알리고 반전평화운동을 해야하겠습니다.
※ 참고 자료: 각종 통계
1. 사회동향연구소 10/9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결정한다면 우리정부는 어떻게?
미국의 선제공격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 74.9%
미국의 선제공격을 지지해야 한다 : 19.7%
모름/무응답 : 5.4%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
남북공조를 통한 민족대화 : 55.1%
대북제재 동참 : 27.6%
미국에 대북압박정책 포기 요구 : 13.5%
북한이 주변국가 때문에 체제에 위협을 받고 있느냐
그렇다 : 50%
아니다 : 45.3%
모름/무응답 : 4.7%
위 항목에서 그렇다 선택한 사람들 중 북한 체제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
미국 : 85.7%
일본 : 4.5%
한국 : 2.7%
중국 : 2.6%
유엔 : 1.2%
모름/무응답 : 3.2%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경제적 지원 : 34.8%
자주, 자력으로 체제 고수 : 23.3%
핵보유 공포를 통한 주변국 위압 : 12.0%
미국압박 탈피 및 양자간 대화 유도 : 8.7%
적화통일 : 0.8%
대남한공격용 : 0.4%
2. SBS 여론조사 10/11
북핵 문제가 핵실험 사태까지 이르게 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미국 : 38.1%
북한 : 35.6%
한국 : 22.8%
3. MBC 코리아리서치 10/10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
미국과의 협상카드 : 72.1%
내부 결속 도모 : 17.1%
남한 위협 : 4.5%
일본 위협 : 2.2%
모름/무응답 : 4.0%
북핵문제의 해결 방안
북미간 직접 대화 : 30.3%
6자회담에서 해결 : 28.5%
유엔 등의 국제 제재 대폭 강화 : 26.2%
남북간 직접 대화 : 9.4%
모름/무응답 : 5.6%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사업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42.3%
전면 중단해야 한다 : 27.2%
점차 축소해야 한다 : 26.7%
모름/무응답 : 3.8%
4.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10/11)
북한의 체제 미래
북한의 현정권 붕괴할 가능성 없다 : 67.1%
붕괴할 가능성 있다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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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에 대한 10문 10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