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대신 잘리는 쌍용차 비정규직
전환배치 시행되면 비정규직 1천여명 계약해지될 듯…하청노조 결성 움직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기술유출 의혹→투자약속
불이행→경영악화→희망퇴직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쌍용차에 전환배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 8월 ‘옥쇄파업’ 이후 한 달 남짓한 시점.
전환배치는 쌍용차 노사관계의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이미 전환배치에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월30일 임단협 합의과정에서 전환배치에
합의했다.
정규직의 고용보장을 담보로 인력운영 유연성을 약속했다. 회사측에
노동조합과 당사자 동의 없이도 인력을 배치할 수 권한을 인정했다.
자동차업계 최초였다.
전환배치로 인한 비정규직의 대규모 감원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예고한
셈이다. 정규직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업계 전반으로 전환배치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 2007년 이후를 노린 쌍용차의 장기적 포석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환배치 꺼내든 쌍용차
쌍용차는 지난 9월19일 하반기 인력운영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기본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라인의 인력을 감원, 다른 라인으로 배치하겠다는 것.
정리해고가 아니라, 전환배치를 통해 잉여인원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효율성 강화가 전환배치의 기본 원칙이다. 현재 인원으로 진행되는 공정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과 함께 공정별 인원감소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한 개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의 차를 생산하는 혼류생산의 취지를 살린다는
입장도 나왔다. 혼류생산을 통해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없어지는 생산라인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발생하는 잉여인력은 현재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업무로 이동한다. 그리고 기존
비정규직은 계약해지한다는 방안이다.
쌍용차는 설명회에 이어 9월28일, 29일에 이어 10월11일에 거쳐 노사협의를
진행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위해 노사 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비정규직의 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환배치 합의 부작용 현실화
쌍용차노조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이미 전환배치를 합의한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권한이 제한적이다. 회사측은 노사합의가 아니라, 협의만 거치면
된다. 협의과정에서 노조가 들러리 역할에 머물 수도 있다.
전환배치 이후의 후폭풍은 노조의 몫이다. 회사 중심의 전환배치는 노조
안팎의 거센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규직의 전환배치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된다. 또 정규직 전환배치에 이은 비정규직의
계약해지로 이어질 경우 노동계 안팎으로의 비난에도 직면하게 된다.
노조는 전환배치라는 큰 틀에서의 합의는 존중하겠지만, 일방적인 전환배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10월11일을 끝으로 노사협의 결렬을
선언했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정밀한 업무진단 없이 인력축소에만 맞춰져 있다”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전환배치를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 순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불안한 정서를 확인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차의 압박은 거세다. 추가적인 정리해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전환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필립 머터우 대표이사는 지난 9월19일 “내년 상반기까지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리해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만 전환배치 인정
쌍용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전환배치는 다른 완성차노조에서는 노사합의
사항이다. 생산물량에 따라 노동자들이 다른 라인이나 공장으로 배치될 때
노조나 당사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단체협약에서 노사합의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고용안정을 위한 핵심조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제34조, 배치전환의 제한)은 “배치전환, 공장이동 및
근무지 이동시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3년 단체교섭에서 “희망자가 많으면 입사순, 희망자가 적으면 노동조합과
합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사실상 본인 동의 없는 배치전환은 불가능하다.
기아자동차 단체협약(제36조, 전환배치)은 “전출입시 조합 및 본인과
협의하며, 사간·타지역 공장간 전보 또는 근무지 변경 등의 경우 근로조건에
대해 사전에 조합 또는 당사자와 합의하여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GM대우자동차도 단협(제29조, 배치전환의 제한)에서 유사한 기준을 두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안전판으로 전락
쌍용차를 제외하면 완성차노조들의 경우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생산물량
변동을 이유로 한 전환배치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만성적인 잉여인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다른 완성차 노사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환배치는 시간문제라는 게 노조 내부의 평가다. 전환배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쌍용차에는 현재 1천300여명의
비정규직이 차체와 조립팀에 배치돼 있다.
쌍용차노조 한 현장활동가는 “파업 합의과정에서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전환배치로 인해 계약해지 되는 비정규직이 1천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일자리를 잃게 될 운명에 처한 비정규노동자의 노조결성 움직임도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쌍용차 희망퇴직 이후 사내하청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었다”며 “전환배치 합의와 함께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의 전환배치 이행과정에 직접적 당사자인 쌍용차 정규·비정규 당사자는
물론, 자동차 업계 전반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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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정규직 대신 잘리는 쌍용차 비정규직... 금속노조 자유게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