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건강악화… 원인과 책임 규명이 필요한 시기
쌍용차 정리해고, 죽음과 삶의 갈림길 (3)
11일 새벽 4시 사망한 노동자 김00씨의 분향소. 정비쪽 노동자들의 동료의 죽음 소식을 듣자마자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며 농성장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
사람이 또 죽었다.
사인이 확인중인 쌍용차노조 정비지회 부산분회 조합원 김00 씨는 경찰측 추정 ‘심근경색 및 심장마비’로 사망해 부산 중앙동 해양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었다. 11일 새벽4시에 사망한 김씨는 그 날 오전11시 경기도 평택까지 올라와 '쌍용차 생산라인 정상화 촉구 임직원 결의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에서 주관한 이날 결의대회는 '경찰병력을 대신해 16일 경 자체적으로 공장에 진입하겠다'는 뜻까지 밝혀 노-노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쌍용차 홍보팀은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김씨의 죽음에 대해 ‘사인을 확인중’이라면 말을 아꼈고, 부산으로 돌아가 퇴근한 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파업참가자와 미참가자에 대해 각각 다른 내용으로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며 결국 정리해고 강행으로 인한 생존 위협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측의 ‘회유와 협박, 동료간 이간질, 관제데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정리해고와 분사 철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공기업화가 쌍용차의 정상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미참가자 동료들 역시 김씨가 최근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며, “회사가 강제로 집회에 오라고 해서 김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집회 때 구호도 잘 외치지 않고 입만 뻥긋해 보기에도 민망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김씨가 그 동안 건강상의 이상이 없었다며 슬퍼했다고 했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동료들도 김씨가 “강제적으로 동원하는 관제대모(임직원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무척 괴로워했다. 특히 파업에 참여하지 못해 수없이 갈등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회사가 쌍용차 임직원 결의대회를 참석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하고 월차휴가도 쓰지 못하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런 일은 없다”며 직장폐쇄 기간이라 무급 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수면장애가 주는 시사점
5월27일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한 엄씨, 11월 새벽4시 사망한 김씨.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이어진 노동자들의 죽음이 동료들과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시기에 이루어진 쌍용차노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정리해고에 따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6월1일~2일 파업참가자 284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 노동자들은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등 심각한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수면장애도 심각하다.
우울증의 경우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서비스 노동자 20%, 노동조합의 상근자 23%, 해직자 공무원 28%, 버스 노동자는 12% 수준이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는 56%로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고도 우울증상 호소자도 이번 조사에서 33%로 나타나 다른 여타 업종보다 월등히 높았다.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평균 스트레스 점수는 31.9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스트레스를 보였다. 1,713명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도구를 이용하여 스트레스를 측정한 자료와 비교했을 시,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 19,6점,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 21.8점보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였다.
업무 중 사고의 유발,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을 낳을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쌍용차 조합원의 수면장애는 수면장애가 높은 집단으로 알려진 야간 교대근무자 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의사들이 쌍용차 조합원을 상대로 지난 5월31일 진행한 ‘건강 상담 및 긴급 건강검진’도 노동자들은 전신상태 악화, 만성질환의 악화, 급성 전염병 우려,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결과를 밝히고 있다.
건강악화 원인은 사회적 요인임과 동시에 사회적 문제 야기. 악순환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경제적 조건을 비롯해 사회적 원인과도 관련 깊다.
조사대상자 중 86%인 158명이 현재 갚아야 할 가구 빚이 있다고 응답하였지만, 월 평균 수입과 가구 총수입이 50% 가량 감소되어 가족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2008년에 비해 2009년의 한 달 평균 수입(연장, 특근, 야간 수당 등을 포함)이 약 54%정도 감소했고, 조사대상자의 2008년 한 달 평균 수입의 평균은 244만원, 2009년에는 110만원이었다.
조사 대상자의 79%인 131명이 1순위로 경제적 고통이 가장 힘들다고 응답했고, 2순위는 불투명한 미래였다. 그 외에도 사측/관리자의 태도와 동료와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최근 가장 힘든 점이라고 답했다.
원진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임상혁 의사는 “정리해고는 철회되어야 한다.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다.”고 단언했다.
‘회유와 협박, 정리해고로 인한 스트레스’ VS 귀 기울지 않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건강악화가 ‘회사의 회유와 협박, 정리해고로 인한 스트레스’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회사는 귀조차 기울이지 않는 실정이다.
평택공장 정비쪽 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노조
노조는 11일 오전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앗아가고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정리해고의 유령이 떠다니고 있다. 생계위협과 정리해고 강행으로 가장의 어깨는 무겁게 내려 앉아 결국 심각한 건강상의 여러 문제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만이 아니라 비 대상자도 체계적으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고귀한 생명과 건강을 앗아가는 원인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누구의 책임일까. 귀를 열어 소통하는 것을 넘어 이젠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규명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