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차의 먹튀행각, 대량의 정리해고를 막고자 투쟁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2009년 77일 옥쇄파업은 8월 6일 노사의 대타협으로 마무리되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해고는 살인이다’의 울림과 가족대책위의 ‘가정파탄’ 발자국의 연두색 여름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대타협은 노사간의 약속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미디어충청은 1년이 지난 지금 대타협 정신이 무엇이며, 타협 이후 무엇을 남겼는지 돌아본다. [편집자 주]
“천체망원경처럼 큰 것을 집 베란다에 설치해 놨다. 방에는 노트북이 여섯 대나 설치되어 있었다. 집에 갔을 때 전력이 딸려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실리콘 등으로 여러 조치도 해 놨다. 동생은 지금도 작년 파업 상황에 멈춰 있는 것 같다. 망원경으로 경찰병력이 침투하나 보고, 집을 공장으로 여겨 옥쇄파업을 하는 것 같았다.”
2009년 대량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 동안 옥쇄파업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계영휘(48, KD 물류센터 20년 근무)씨가 말하는 동생 계영대(38, 천안 물류센터 15년 근무)씨의 생활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형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로 해고자, 일명 ‘죽은 자’였다.
영대 씨는 아직도 자신이 공장안에서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옥쇄파업 당시 공장안처럼 집을 꾸며 놨다. 방 한 구석과 벽장에는 1.5리터 생수 12개 들이 80박스 960병, 인스턴트 밥 12개 들이 30박스 360개, 20kg 쌀 서너 푸대, 라면·과자 수십 박스 등 2년 치가 넘는 식량이 쌓여 있었다. 담배 수십 보루, 정종 수십병, 화장지 꾸러미, 의약품 등이 쌓여있었다. 냉장고 안에는 각 종 인스턴트식품으로 빼곡했다.
옥쇄파업 당시 단전, 단수, 의료진 차단 등 경찰과 사측의 고사작전, 본격적인 경찰병력 투입과 선무방송, 헬기 소음 등을 통한 심리전. 뜨거운 한 여름 ‘안시성’에서 고통 받았던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
그 기억을 가진 영대 씨는 결국 옥쇄파업 뒤 정신적 휴유증을 이기지 못해 지난 12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도장공장의 영대 씨
형제는 대량 해고에 맞서 옥쇄파업을 선택했다. 동생 영대 씨는 옥쇄파업을 견디지 못하고 8월 6일 노사 대타협을 불과 8일 앞 둔 7월 29일 아침 형 영휘씨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공장을 나왔다.
영휘 씨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설득했지만 영대 씨를 막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부인과의 이혼문제로 가슴 한 구석에 묵직한 돌이 놓였고, 파업 뒤 경찰조사까지 마친 영대 씨는 바로 8월 중순경 이혼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로부터 받은 배신감도 떨쳐지지 않았다. 특히 영휘 씨는 동생이 일하던 천안물류는 경영의 어려움을 없었던 곳이라고 했다. 해고 통보 2~3일전까지 잔업을 하는 등 물량이 많았다며 관리자들이 다루기 힘든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고 명단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전쟁터와 같은 공장안에서의 생활은 그를 두려움으로 몰아갔다. 영대 씨는 도장공장에 있었다.
“동생에게 좀 더 참으라고 했다. 이혼문제도 있지만 끝까지 가면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갔고, 바로 경찰서로 연행됐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은 그 토굴 같은 도장반에 있었는데 그곳은 다른 곳보다 더 힘들었다. 컨베이어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했고, 화학약품 냄새가 심한 곳이다. 위험물질도 가득하고 폐쇄되어 있다.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겠나...”
그러나 경찰과 쌍용자동차 사측은 파업을 풀고 공장 밖으로 나오면 귀가 조치한다는 약속을 어겼다. 경찰은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은 상태에서 영대 씨에게 강압수사를 벌였다. 회사는 함께 근무했던 관리자를 보내 영대 씨에게 희망퇴직서를 강요했고, 결국 경찰의 강압수사, 사측의 외유와 협박으로 영대 씨는 희망퇴직서를 썼다. 그 자리에는 경찰과 관리자가 함께 있었다.
“경찰조사를 마친 동생 얘기를 들어보니 관리자가 경찰서에 와서 ‘너 이거 안 쓰면 신변에 불이익 간다’ ‘부동산에 가압류가 들어간다’ ‘희망퇴직 쓰면 취하해주겠다’ 하며 희망퇴직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 당시 경찰과 관리자가 같이 있었단다. 경찰과 회사가 공모해서 희망퇴직을 강요한거다. 회사는 한 명이라도 더 희망퇴직 받으려고 이렇까지 무리수를 뒀다.”
집에 들어가 보고서야...오열
영휘 씨가 동생의 생활모습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지난 12일 저녁 8시경 경기 안성시 공도지구대에서 연락을 받고 나서다. 영대 씨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붙들려 있었다.
영대 씨는 100여만원이 넘는 술을 마시고 14만 원가량의 술값 밖에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은 영대 씨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병원 구급차를 불러 놨다. 영휘 씨는 “동생 눈을 보니 정상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업한 지 1년이 지났다. 동생은 명절때 우리 집에 와서 차례 지내고 제사 지내고 했는데, 정월보름날 오곡밥 해서 집에 가니 문을 일체 열어주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설마 잘 있겠지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키를 받을 수도 없었다. 동생을 병원에 보내고 경찰서에서 자동차 열쇠, 집 열쇠를 보호자에게 줘서 집에 들어가 보고 놀랬다.”
영대 씨 어머니는 오열했다. 영휘 씨는 병문안을 갔지만 어머니가 면회조차 할 수 없는 심리적 상태라 영휘 씨만 동생을 봤다고 했다. 병원에서 21일 영대 씨가 식음 전폐했다는 연락을 받아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동생과 즐거웠던 한 때가 계속 떠오른다.
“내가 동생을 쌍용자동차에 입사하라고 소개시켰다. 동생하고는 좋은 기억이 많다. 아버지가 일직 돌아가셔서 나도 의지할 때가 없었고, 서로 의지했다. 나는 차남인데, 내가 잘난 건 없지만, 못난 소나무가 뒷동산을 지킨다고 동생이 많이 저를 따르고 의지했다. 어디 가서 얘기해도 ‘형이 아부지다’라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이겨내야 하는데...”
영대 씨는 사측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분노’라는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까. 언어로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가슴의 응어리는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속에서도 기운을 풍긴다.
“동정심은 바라지 않는다. 잘못된 정치와 방만한 회사 운영이 가정파탄과 직결된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더 희생자가 나오면 나왔지 안 나온다고 장담 못한다. 우리는 안다. 공동관리인은 바지 사장이고 정부가 모든 지침을 내렸다. 정권이 끝난다 해도 역사는 남아 있다.”
8월 6일 쌍용차 노사가 국민과 대타협 한지 1년이다. 휴지조각이 된 대타협 약속은 1년 째 그렇게 앙상한 재만 남기고 있다. 파업이 끝나고도 노동자 두 명은 자살 시도를 했고, 경찰의 강압조사에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집단적으로 몸과 마음의 치료를 받아도, 생계와 투쟁을 책임지기 위해 삶 속에서 다시 꽃방울을 만들고자 노력해도 기억까지 지울 수 없었다. 다시 쌍용자동차의 회생과 해고자의 복직을 위해 노동자들은 힘을 모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는 노동자가 아직도 있다는 소식이 속속 들리고, 검사는 대량 해고를 막고 같이 살자는 구속자에게 2심에서도 9년을 구형했다.
시간은 흐르지만 대타협 1년이 보여주는 단면은 생생하게 현실로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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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정신분열된 쌍용차 노동자, 옥쇄파업 현장으로 바뀐 자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