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Subject |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기밀 유출도 심각한 문제 [파이낸셜뉴스 6.20] |
Tuesday, 11.06.21 ( 1826hit ) |
|
|
[구멍뚫린 하이테크 코리아] (3부) 1. 산업스파이 꼼짝 마！ |
 2011-06-20 17:39:34 |
'산업기밀은 기업의 핵심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산업스파이들의 '창'을 막기 위한 기업들의 '방패'도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화 사회의 진전으로 기업의 지적자산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산업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기업과 국가 간의 공조체제 구축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냉전 이후 본격화된 '산업스파이 전쟁'
'산업스파이와의 쫓고 쫓기는 전쟁'이 본격화된 것은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이후다.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경제전쟁에 눈을 돌렸다. '적대국'이 없어지면서 정보기관들의 존재 이유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기업 차원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산업스파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기밀 유출도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비밀이 해외 기업으로 유출돼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중국 정부와 상하이자동차가 해외 기업 M&A를 통해 기술 확보를 시도하던 중 쌍용차에 눈을 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상하이자동차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을 하고 있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시찰'이란 이름으로 산업스파이 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께, 유럽의 한 기업이 국빈방문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국빈과 함께 방한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내 모 가전업체의 생산라인 시찰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내 정보기관에서는 산업기밀 유출 가능성을 지적했고, 국내 가전업체는 이러한 권고를 받아들여 생산라인 시찰은 허용하되 지정된 구역만 허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외교적 마찰을 피하면서 산업기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해당 가전업체 한 임원은 "전문가들은 공장 라인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어떤 기계를 사용하고 있는지만 봐도 대강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며 "산업기밀을 보호하면서 외교적 결례도 범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아예 법과 제도를 만들어 산업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활동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은 부정경쟁방지법, 산업스파이법 등 다양한 법을 만들어 정부가 산업스파이 적발 활동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이 국회 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해외 기업이 자동차, 철강, 정보통신 등 8개 분야 49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M&A할 경우 우리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신설하고, 산업보안관리사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산업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포함돼 있다.
지난 5월에는 '지식재산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다음달 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업기밀 유출방지뿐 아니라 발명, 특허, 저작권 등 다양한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들도 '산업스파이' 대책 강화
기업 차원에서도 다양한 산업기밀 유출방지 대책이 수립돼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원보안, 문서보안(IT보안), 시설보안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보안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은 회사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에게 등록 절차를 실시한 뒤 부서장의 결재를 받아야 회사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식재산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 범용직렬버스(USB), MP3 등 저장매체를 가지고 출입할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사내 PC에는 USB나 CD롬 등의 저장매체 접근 장치를 없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내 인트라넷을 설치한 스마트폰은 사업장 내에서 휴대폰 카메라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아울러 사내에서 문서를 출력할 경우 출력자의 사번이 문서에 표시되도록 하고 있으며 대외비나 사내전용 문서는 사외로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특수 용지를 사용해 사외 반출을 위해 보안 게이트 통과 시 보안 경보가 울리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등의 임직원 대상 보안교육도 수시로 실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보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LG전자도 자체적인 보안정책과 제도를 수립해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임직원의 보안의식 제고를 위해 사내 보안 정책과 제도를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또 부서별 보안담당자 제도, 보안 진단 및 각종 보안 시스템 운영을 통해 보안 절차를 준수하고 보안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보안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LG전자는 2006년 11월 국내 정보통신 제조업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제정한 정보보안 분야 국제표준인 'ISO 27001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 LG전자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정보유출 가능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종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고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연구소, 주요시설 등에는 이중화된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시설보안 측면에서는 다양한 출입보안 시스템을 각 사업장에 설치하고 있으며 연구소 및 주요 시설에는 이중으로 시스템을 설치해 엄격한 보안관리를 하고 있다. 주요 사내 정보 시스템에는 문서보안 솔루션을 도입해 접근 권한이 없는 임직원이 자료를 무단 열람·저장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사내 팩스를 통한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팩스보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안 강도 높을수록 업무효율 하락'…딜레마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기업들의 산업기밀 유출방지 대책을 비웃듯 산업기밀 유출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26건이었던 산업스파이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여 지난 2009년에는 4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1건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보안업계에서는 산업스파이의 행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속 활동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산업기밀 유출 주체 가운데 77%가 전현직 직원이란 통계는 기업들의 보안관리 체계가 여전히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문서보안, 시설보안 등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내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사옥을 이전하면서 보안지침의 강도를 높인 한 대기업의 경우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시간 등 임직원의 출입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엘리베이터와 출입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가 발생해 직원들이 불평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출입보안 담당자는 "임직원들이 검색대를 통과할 때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왜 아무 문제없는데 이러느냐'며 거칠게 항의해서 실랑이를 벌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안업계 한 전문가는 "다른 보안지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관리하는 인원보안"이라며 "보안부서뿐 아니라 인사팀 등과 공조체제를 통해 핵심 인력에 대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유출 동기 가운데 개인영리가 61%, 금전유혹이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인사불만(7%), 처우불만(6%), 신분불안(1%) 등이 차지하고 있어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들에 대한 인적관리가 산업기밀 유출 방지의 첫걸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
|
|
|
|
|
143
, 
5/8 pages
